코로나19 위기로 인적·물적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이 불법 석탄 수출과 정유 제품 수입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도미사일 탄두에 장착 가능한 소형 핵무기를 개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올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중단했던 석탄 밀수출을 3월 말부터 재개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불법 해상 석탄 수출을 지속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 대상은 주로 중국이며 지난 5월 7일까지 최소 32척의 북한 선박이 석탄을 실어나른 것으로 파악했다.
정유제품 불법 수입도 성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선박 대 선박 환적, 외국 국적의 선박을 이용한 직접 운송 등으로 제재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목적지를 허위로 기재하고, 기국(flag state·선박이 등록된 나라)을 자주 변경하는 등의 회피 수법도 사용됐다. 회원국들은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서 정한 연간 정유제품 수입 한도인 50만 배럴을 벌써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6차례 핵실험 등을 통해 탄도미사일 탄두에 장착 가능한 소형화한 핵무기를 개발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침투지원 패키지와 같은 기술적 향상이나 다탄두 시스템 개발을 위해 추가로 소형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신포 해군조선소에서 지난 5월 이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취급 또는 추가 발사시험과 관련 있을 수 있는 여러 활동이 관찰됐다는 보고도 있다. 다수 회원국은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이 여전히 가동 중임을 사했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설작업 장면과 사람들, 차량이 위성사진으로 목격돼 현장 관리 및 감시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개인과 단체들이 해외에서 여전히 활동 중인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의 대표적인 미술품 창작기관인 만수대창작사의 해외사업부문으로 알려진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은 아프리카 베냉, 기니 등지에서 조형물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패널은 전했다. 제재명단에 포함된 북한 무기수출업체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대표인 하원모, 김학철이 올초 이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북한의 사치품 조달에 관한 내용도 보고서에 들어있다. 전문가패널은 벤츠, 아우디 등 고급차와 주류 등이 산발적으로 북한에 수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자체 조사·평가와 회원국의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 이사국들의 승인을 거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