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이 지켜본다”… ‘지상 최대 정치쇼’ 美대선 TV토론 29일 개시

입력 2020-09-29 15:54 수정 2020-09-29 15:57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우리 시간으로 30일 오전 10시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첫 TV토론에 나선다. 11월 3일 대선을 5주 남긴 시점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8일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두 후보의 이번 TV토론이 1억 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트럼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TV토론을 뛰어넘는 수치다. 트럼프 시대 양극단으로 치닫은 미국 사회의 정치 풍토,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점점 더 드물어지는 시민들 사이 교류가 TV토론 대흥행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몬마우스대가 지난 24~27일 미 전국 유권자 8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는 이번 TV토론을 시청하겠다고 답했다.

TV토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두 후보도 이날 일정을 최소화하고 TV토론 준비에 열중했다. 지난주 하루 3곳 꼴로 대중 유세를 다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백악관에 머물며 코로나19 언론 브리핑 등 2개 공식일정만 소화했다. 바이든 후보는 공식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다.

이번 TV토론은 두 후보의 개인 이력, 코로나19, 인종정의와 폭력, 연방대법원, 선거의 완전성, 경제 등 6개 주제로 한 주제당 15분씩 광고시간 없이 진행된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 시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이후 연방대법원 구성 문제, 코로나19 위험에 대비한 우편투표 확대 등 최근 미국 사회가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한 의제들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트럼프 대통령의 쥐꼬리 납세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한 자리 수 퍼센티지(%) 차이로 근소하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TV토론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토론 전 약물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등 지속적으로 올해 79세인 바이든의 ‘정신적 능력’을 문제 삼아온 만큼 일단은 바이든이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바이든의 격분이나 결정적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바이든의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TV토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만큼 TV토론에서도 트럼프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이 KO 승보다는 판정승이나 우세승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1차 TV토론 사회는 폭스뉴스의 대표 앵커 중 한 사람인 크리스 월리스가 맡는다. 월리스는 트럼프의 우군 매체로 평가받는 폭스뉴스 소속이나 공정하고 날카로운 진행으로 진보 진영에서도 인정받는 언론인이다. 지난 7월 트럼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그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팩트체크성 인터뷰를 진행해 트럼프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는 토론을 앞두고 “내 역할은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며 공정한 진행을 약속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