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물 ‘월세>전세’…실거래에선 월세가 대세 아니다

입력 2020-09-29 15:44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전셋값 상승 및 매물 품귀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권현구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연이어 개정되면서 임대차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7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이른바 임대차 2법이 우선 도입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전세 매물 대신 월세 매물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전월세 전환율도 손보면서 월세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9040건으로 전세 매물 8727건보다 313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에는 월세 매물이 1만2801건으로 전세 매물(1만4260건)보다 적었으나 이달 15일을 기점으로 역전된 후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영향으로 반전세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선 초저금리 상황에서 기존 계약에 대해 전세보증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되자 전세 보증금을 받는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은 임대차 2법 시행 이전부터 이미 예상이 됐다. 때문에 정부는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법적 전환율인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0%에서 2.5%로 낮추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전세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린다고 가정하면 이전에는 1억원에 4.0%를 곱한 뒤 월별로 나눈 33만3000원의 월세가 계산됐지만 이제 20만8000여원이 된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월세 매물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0%에서 2.5%로 낮췄다.

모두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이지만 임대인들의 반발로 다시 한번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전월세 전환율은 시장에선 사문화된 조항이지만 전환율이 워낙 하락하다 보니 임대인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며 “임대인들이 앞으로 4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보증금이랑 월세를 올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전세가 월세로 대세 변화하는 조짐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59건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다. 이 중 월세거래는 2912건으로 전세에 크게 못 미쳤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