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파기환송심 무죄… 심경 묻자 “추석 잘 보내세요”

입력 2020-09-29 13:02 수정 2020-09-29 14:36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은 서 검사 본인에 대한 직권남용이라며 공소사실을 추가했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공무원의 전보는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반정모)는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국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원심의 유죄 선고에 대해 “직권남용 법리를 오해했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10월 30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검사는 이 인사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됐다. 검찰은 이를 부치지청(지방검찰청 아래 부를 두는 지청)에서 경력검사로 근무한 경우 다음 인사에서 우대하는 검찰 인사제도와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공소사실은 안 전 국장이 인사담당 검사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것이었다.

앞서 1·2심은 이를 받아들여 안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월 원심이 직권남용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안 전 국장이 인사담당 검사에게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했다고 해도, 의무 없는 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오히려 대법원은 검사의 전보인사에서 인사권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고, 실무 담당자 역시 재량권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경력검사 부치지청 제도에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절대적 기준으로 볼 수 없고, 다른 인사기준이나 고려사항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직권남용 상대방을 인사담당 검사에서 서 검사로 바꾸는 내용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는데,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고, 이는 전보인사에 따른 발령지 여하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며 “검사는 국가공무원법상 전출입 때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서 근무시킨 게 의무 없는 일이 돼야 하는데,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날 안 전 국장은 무죄 선고를 받자 재판부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퇴정했다. 취재진이 심경을 묻자 안 전 국장은 “수고가 많으십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라고 말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