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피격 공무원, 월북 맞아…노력 없이 그곳 표류 어려워”

입력 2020-09-29 10:31 수정 2020-09-29 16:09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해양경찰청 윤성현 수사정보국장(경무관)은 29일 해양경찰청 2층에서 개최된 연평도 실종 공무원 수사 등 중간발표를 통해 “국방부에서 확인한 결과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월북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해경은 전날 국방부를 방문해 대북 민감정보를 확인한 바 있다.

윤 국장은 또 “국방부 자료 확인결과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과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지금까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의 실종 경위를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수사해왔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가어업지도선 공무원 이모씨(47)의 단순 실족사고, 극단적 선택 기도,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월북과 관련, 이씨의 채무 3억3000만원 중 인터넷 도박으로 진 빚이 2억6800만원에 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인채무는 1000만원미만이었다.

해경은 “정황만 갖고 월북을 단정한 것이 아니라 북방부가 북측에서 확인한 자료를 보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경 수사팀은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 CCTV 녹화영상 분석, 실종자 주변인 및 금융관계 조사, 실종자 이동 관련 표류예측 분석, 국방부 방문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통해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어업지도선 실황 조사와 주변 조사 등에 대한 수사 결과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와 동료 진술 등을 통해 선미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는 실종자의 것으로 확인된 것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전자 감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그러나 선내 CCTV는 고장으로 실종 전 날인 지난 20일 오전 8시2분까지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었고, 저장된 동영상 731개를 분석한 결과 실종자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관계자는 “현재 정밀감식을 위해 CCTV 하드디스크 원본 등을 국과수에 제출해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경은 실종자의 북측 해역 이동과 관련한 표류 예측 분석 결과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실종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표류예측결과와 실종자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는 33㎞가량 거리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인위적인 노력없이 실제 발견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해양경찰 수사팀은 이씨의 월북 근거로 실종자가 북측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에서 실종자의 인적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북측에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제시했다.

해경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사항과 현재 진행중인 CCTV 감식, 인터넷 포털 기록과 주변인 추가조사 그리고 필요시 국방부의 추가협조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