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추 장관의 아들 군 복무 특혜 논란과 관련해 보수야당이 십자포화를 퍼붓는 와중에 나온 파격적 장면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의전서열에 따른 영접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검찰개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추 장관은 같은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아들 문제를 거론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해 “어이가 없다”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발을 샀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을 대하는 추 장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이 아들 논란과 관련해 거친 화법을 구사하는 것은 특유의 기질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권으로서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올해 정기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관련 핵심입법을 마무리짓는 게 최우선 과제다.
추 장관은 그 중심에 서 있고, 청와대의 지지까지 확인한만큼 아들 논란을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추 장관 관련 논란은 여야 간 진영 싸움이 본질”이라면서 “그걸 모를 리 없는 추 장관도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거친 발언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 장관의 경우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일반 국민 여론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은 윤미향·이상직 의원 등과는 결이 다르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추미애식 화법’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추 장관의 추진력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검찰개혁은 여권의 오래된 목표”라며 “추 장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목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추 장관은 ‘진성 친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뒤 승승장구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원죄’로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맡았고, 이후 당내 친문과 비문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문재인 대표 지지에 앞장서면서 친문 진영의 신뢰를 얻었다.
이듬해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 표심’을 등에 업고 54%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당대표 취임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논란 등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했고, 민주당계 정당 최초로 2년 임기를 채운 당대표가 됐다.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도 ‘추다르크’식 스타일은 변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내년 4월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추 장관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다는 상징성, 보수기득권 세력과의 대결에서 구축한 전사 이미지는 당내 후보경선에서 친문 지지층에 어필할 여지가 충분하다.
박 교수는 “추 장관은 진영 간 싸움의 전면에서 친문의 최고 전사로 거듭나려 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문재인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검찰개혁이기 때문에 물러섬 없이 반드시 완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 장관이 보수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현 시점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되레 수세에 몰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금 추 장관이 태도나 대응방식을 바꾸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향후 서울시장 선거나 차기 대선 등 대중정치인으로 나설 경우를 대비해 아들 논란과 관련해 야당을 기세로 눌러놔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김판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