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사진) 산업은행 회장이 ‘2기 경영’ 청사진으로 코로나 위기극복과 피해 기업들의 후유증을 처리하는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4일 연임 후 처음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과 ‘테일 리스크’를 잘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테일 리스크(tail risk)는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치명적 위험을 말한다. 이 회장은 “(코로나 사태 여파로) 전혀 예상치 못한 테일 리스크가 많이 늘어나면서 과잉부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 현안과 관련,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 인수를 제안한 사실은 전해 들었지만 (채권단인) 저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며 “긴밀하게 협상하고 있다는 내용까지만 보고받았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쌍용차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3000억원 투자 제안을 하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과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통매각이든, 분리매각이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산 측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해선 “현재까지 현산의 법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 싸움 없이 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지는 노사 갈등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이 회장은 “불필요한 노사 갈등 등 구조조정과 관련해 낡은 관습이 많이 개선돼야 한다”면서 “한국GM의 경우 노사 간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것 같다. 미국 본사가 부평공장 문을 닫게 할 것이란 보도는 우리가 어렵게 이루고 있는 정상화 상황에서 굉장히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본인의 ‘깜깜이식’ 연임 결정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산은 회장 임명제도의) 개선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임명권자(대통령)와 제청권자(금융위원장)의 정책적 판단”이라며 “깜깜이식으로 인선됐기 때문에 깜깜이식으로 언제 해임되어도 달갑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불거진 건배사 논란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었다.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 만화 출판기념회에서 건배사 요청을 받고 “이 전 대표가 하신 말씀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 ‘우리(민주당)가 20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가자! 20년!’을 제안했다. 이에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