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S20 FE 애플·화웨이 잡는 ‘신의 한수’ 될까

입력 2020-09-30 05:55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S20 팬에디션(FE)이 애플과 화웨이를 잡는 ‘신의 한 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S20 FE는 카메라, AP 등 주요 사양은 S20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가격은 대폭 낮춘 ‘가성비’ 모델이다. 국내 출고가는 89만9800원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699달러다. S20의 가장 저렴한 모델이 124만8500원임을 고려하면 가격은 30% 이상 저렴하다.

삼성전자가 S20 FE를 출시한 이유는 아이폰12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10월 13일 행사를 열고 아이폰12를 공개할 예정인데, 올해는 총 4개의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면크기가 5.4인치인 아이폰12, 6.1인치 아이폰 맥스(플러스), 6.1인치 아이폰 프로, 6.7인치 아이폰 프로 맥스 등이다.

가격은 가장 저렴한 아이폰12는 699달러, 제일 비싼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1149달러부터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가격 구간을 넓게 설정해 시장 공략에 나서는 만큼 삼성전자도 ‘가성비’ 라인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애플이 아이폰12를 공개하는 시점과 비슷하게 S20 FE를 선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또, S20 FE는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강력한 견제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 존폐 위기에 몰린 화웨이에겐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새로 반도체를 수급할 수 없는 화웨이는 남아 있는 재고를 소진하면 더 이상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최근 미국 정부에 반도체 제재를 풀어주면 퀄컴 미국 기업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겠다고 호소한 상황이다.


화웨이는 다음 달 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40을 공개할 예정이다. 자체 설계한 기린9000이 들어가는 마지막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화웨이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드물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현재 15%인 화웨이의 점유율이 내년에는 4.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대부분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20, 갤럭시 Z 폴드2 등의 선전으로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시장에서 공고하게 자리잡았고, S20 FE로 엔트리 프리미엄 시장까지 외연을 넓히며 화웨이의 흔적을 지워버릴 수 있게 됐다.

S20 FE의 흥행 여부는 화웨이뿐 아니라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원플러스처럼 ‘가성비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업체로선 브랜드 파워가 있는 삼성전자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오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화웨이가 시장에서 소멸 되도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건재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선 가성비 전략을 계속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S20 FE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다. 자칫하면 갤럭시 브랜드에 악영향을 줄 위험도 있다.

상반기 출시된 S20 시리즈와 ‘캐니벌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S20 시리즈가 출고가가 높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의 가격 정책에 불신을 가질 수도 있다.

또 앞으로도 S나 노트 시리즈에 FE 라인업이 계속 나온다고 한다면, FE를 기다리느라 S와 노트 판매량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