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서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대대익선(大大益善)’이 일반 공식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3일 “소비자들이 일단 해당 가전의 필요성을 느끼면 더 편리한 걸 원하게 되고 이 바람은 대형가전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가전을 자산으로 여기는 국내 소비자의 성향이 대형화를 촉진한다는 분석도 있다. ‘빌트인’ 임대주택이 많은 유럽에서는 가전 대형화 현상이 드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전 대형화는 TV에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에 이르기까지 일관되다. 냉장고를 예로 보면 예비부부도 800~900ℓ 대용량을 선택한 지 오래됐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판매 냉장고 중 800ℓ 이상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여기에 김치 냉장고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김치 냉장고 300~500ℓ를 하나 더 설치하는데 이렇게 하면 한 가구가 1000ℓ 이상의 대용량 냉장고를 이용하는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설치 공간 제약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형 가전 선호 현상 뚜렷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849ℓ 비스포크 문 4개형 냉장고는 가구당 가족 수가 줄고 맞벌이 가정이 많은 요즘 여전히 인기다.
냉장고 대형화는 식생활 변화 영향도 크다고 본다.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밀키트 등을 주기적으로 구매해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개인 취향에 따라 와인, 건강보조식품 등 다양한 식자재를 보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 비스포크 김치플러스는 이런 다양한 요구가 반영돼 감자·바나나, 와인 최적, 참맛 육류 등 17가지 보관 모드가 탑재돼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대대익선 트렌드가 나타나는 대표적 제품이다. 겨울철 킹사이즈 이불을 빨고 말리는 데 무리가 없는 대형 사이즈가 잘 나간다. 대도시의 경우 빨래를 말릴 공간이 마땅치 않고 미세먼지, 오랜 장마 등으로 건조기는 대형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추세다. 현재 시장에서 세탁기는 24㎏, 건조기는 17㎏이 가장 큰 용량이다.
삼성전자는 8월 기준 건조기 16㎏ 이상 판매 비중이 80% 이상이었다. LG전자는 같은 용량 판매 비중이 90% 이상이다. 삼성전자 세탁기는 23㎏ 이상 판매 비중이 60% 수준이다. LG전자가 지난 5월 출시한 원바디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타워’도 대용량 21㎏과 16㎏ 건조기를 각각 아래쪽과 위쪽에 둔 일체형 제품이다.
LG전자의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의 경우 바지 1벌을 포함해 한 번에 6벌까지 관리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의 국내 판매 비중이 올 1월 한달 55%에서 7월에는 80%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이후 필수가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기세척기 시장은 8인용이 아닌 12인용 시장이 70~80%를 형성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경우는 12인용 판매가 현재 90% 안팎이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인구가 2.27명이라는 걸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