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女 피해자 45%…결국 가해자와 결혼

입력 2020-09-28 17:07

“결혼 못할 정도 아니다” 41.6%
“상대방을 계속 사랑한다고 느껴서” 28.2%
“상대방이 변화될 것 같아서” 9.0%

데이트 폭력 경험이 있는 여성 피해자 중 45%가 가해자와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통계청은 28일 ‘통계플러스 9월호’에서 경기도 성인 남녀 1500명을 조사한 결과 연인 사이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절반’이 넘는 54.9%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55.4%)이 남성(54.5%)에 비해 데이트 폭력 경험이 많았다.

데이트폭력 경험자의 62.0%는 ‘사귄 후 1개월에서 1년 미만의 기간’에 최초로 폭력을 경험했다. ‘사귄 후 3~6개월 미만’이 22.2%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데이트폭력을 한 상대방과 결혼을 한 경우도 많았다. 해당 비율은 38.0%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45.0%)이 남성(32.4%)보다 가해자와 결혼한 경우가 더 많았다.

결혼한 이유로는 ‘결혼을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라는 사람이 4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대방을 계속 사랑한다고 느껴서’(28.2%),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9.5%), ‘상대방이 변화될 것 같아서’(9.0%) 등의 이유를 꼽았다.

정혜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여성정책연구팀장은 “데이트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결혼에 이르는 것은 데이트폭력이 젠더폭력의 하나라는 사회적 인식이 약한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데이트폭력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개인 문제로 다루어져 온 경향이 컸다”며 “데이트폭력이 사회적 문제이며 젠더폭력이라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일상적으로 성인지 감수성과 폭력 허용적 문화의 개선이 생활화되어야만 데이트폭력을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