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에 동시감염된 사례가 올 초 국내에서 3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을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추석 연휴 방역의 성공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국내 수탁검사기관이 검사한 사례 중 3건에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시에 양성으로 확인됐다”며 “주로 2월 말 대구·경북지역에서, 인플루엔자 유행이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같이 유행했던 시기에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들의 상태는 중증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우려했던 두 감염병의 동시감염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다만 당시 확진자 발생 규모를 고려하면 동시 감염의 비율은 극히 소수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인플루엔자 유행 자체도 평년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았다. 손씻기,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졌고 등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행은 조기에 끝났다.
외국에서도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동시감염 사례는 있었다. 방대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16건 중 1건(0.9%)에서 동시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중국에서는 2.7% 정도에서 두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자나 고령자와 같은 고위험군이 동시감염됐을 경우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정 본부장은 “임상 경과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일 대비 50명이 늘어 총 확진자 수가 2만366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100명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감소한 것이다. 다만 확진자 수는 매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비율(20.9%)이 높은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은 5월 연휴 당시(5.9%)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이었다. 이는 그만큼 지역 사회에서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 간 이동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는 조용한 전파가 더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방역 당국은 추석에 어르신을 만나면서 고령자의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최근 60세 이상 확진자가 늘면서 사망자는 줄곧 증가세다. 전체 사망자의 24.9%(101명)는 지난달 14일 수도권 중심의 유행이 시작된 후 한 달 동안 집중 발생했다. 이날도 사망자가 5명 늘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코로나19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치명률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연로한 어르신이 있는 가정에서는 이동과 만남에 특별한 주의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