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첫 발병 보고가 접수된 이후 9개월 만이다. WHO는 백신이 보급되기 전에 100만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사망자 21만여명… 인도, 열흘에 100만명씩 감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오전에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100만2463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사망자는 지난 4월 17일 851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했지만 이달까지 5000~6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이다. 미국의 누적 사망자는 21만여명에 달한다. 중소도시 인구 전체가 코로나19에 통째로 희생된 셈이다. 그 뒤를 따르는 브라질(14만1000여명), 인도(9만5000여명), 멕시코(7만6000여명)와 비교해봐도 압도적인 피해다.
천문학적인 피해가 계속되자 미국 언론에서는 코로나19 희생자 규모를 전쟁 사망자와 비교하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인 21만명은 미국이 최근에 치른 ‘5대 전쟁’에서 발생한 전사자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참전 중 사망한 미군은 베트남전(4만7434명), 한국전쟁(3만3739명), 이라크전(3만519명), 아프가니스탄전(1909명), 걸프전(148명)이다.
인도의 상황도 미국 못지 않게 심각하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인도는 이날 누적 확진자 수 607만4702명을 기록했다. 처음 100만명을 돌파하는 데는 169일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11~13일 만에 감염자가 100만명씩 증가하며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현재 미국(732만여명) 다음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하루 3~4만명대로 줄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인도가 곧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유행에도 봉쇄 반대 시위 번지는 유럽
한때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켰던 유럽도 휴가철이 지나며 ‘2차 유행’에 시달리고 있다. 전날 프랑스에서는 1만112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영국(5693명), 이탈리아(1766명) 등도 상황이 심각하다. 스페인은 일일 신규 감염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누적 감염자 수는 73만명을 넘어섰다.CNN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유럽의 병원들은 장비가 개선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은 일상적인 것이 됐다”면서도 “전문가들은 올 겨울 유럽에 더 큰 비극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고령자들 사이에서 독감이 퍼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제한조치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국들은 코로나19 재유행에 맞서 봉쇄 조치 등을 시행하며 확산세를 꺾으려 하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反) 봉쇄 시위가 이어지며 난항을 겪고 있다.
영국 런던에선 지난 26일 코로나19 제한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경찰과 충돌했다. 참석자들은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경찰과 대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런던에선 지난주에도 정부 제한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30명 이상이 체포됐다.
스페인에선 살바도르 일라 보건부 장관이 마드리드 지역에 대해 봉쇄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했으나 마드리드시에서 거부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28일부터 출퇴근 등 필수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통행을 제한하고, 6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며 상업 활동을 오후 10시 이후에 제한하도록 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도 파리 등 수도권을 대상으로 28일부터 심야시간대(오후 10시~오전 6시) 술집 영업을 금지한다. 또 모든 스포츠 시설과 체육관 등을 폐쇄하고 공공장소에서 10명 이상의 집합하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코로나19가 이같은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히며 확산하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근시일 내에 개발될 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세계가 바이러스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백신이 보급되기 전에 코로나19 누적 사망자의 수가 2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훈 임세정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