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불이 켜지는’ 원도심 학교도서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

입력 2020-09-28 16:48 수정 2020-09-28 17:34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도서관 내외부. 제주북초와 마을 주민 등은 1968년 동문 故 김영수씨가 기증한 학교 도서관을 한옥 형태로 개조해 오후 5시이후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제주북초 등 제공.

제주의 가장 오래된 학교 중 한 곳인 제주북초등학교 도서관이 올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반세기 전 세워진 낡은 학교도서관을 예스럽게 단장해 주민에 개방하며 원도심 대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정성과 의미를 높게 평가받았다.

28일 제주도는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이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모에서 대상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은 품격 높은 공공건축물 보급과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한 기관에 수여한다. 지난 6~7월 공모 후 서류와 현장 심사를 거쳐 확정했다.

제주북초 학교도서관은 ‘김영수도서관’이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1968년 이 학교 20회 동문인 재일동포 故 김영수씨가 모친의 90회 생신을 기리며 학교에 도서관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제주 최초의 학교도서관이다.

50년이 지나면서 도서관 건물은 번성했던 도심이 낡아가듯 노후화됐고, 급감한 학생 수 만큼 학교 주변은 빠르게 적막감을 더해갔다. 사람들은 간간이 110년이 넘는 학교 전통을 아쉬워했지만 쇠퇴일로의 학교와 마을을 구해낼 계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제주시 원도심 일원에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다. 제주북초와 마을 주민들은 김영수도서관을 떠올렸다. 지난 2018년 낡은 김영수도서관과 옛 관사, 창고를 연결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학교와 주민들은 경복궁 수리에 참여했던 대목장을 어렵게 섭외에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골격을 만들고 흑기와를 얹었다. 전통 한옥의 미를 살리기 위해 육지부에 고재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한옥의 기품은 학교 바로 옆 자리한 제주목관아(조선시대 제주 관청 터)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다른 마을은 갖지 못한 원도심의 역사성을 완성했다.

365㎡가 조금 넘는 2층 높이의 건물은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5개의 한옥방을 비롯한 마을 도서관과 아이쉼터, 아이돌봄 공간으로 조성됐다.

아이들이 하교하는 오후 5시면 이곳엔 노란 불빛이 켜지고 주민들이 오가는 발길로 분주해진다. 교사들이 퇴근한 학교 도서관은 도시재생 주민역량 강화교육을 통해 양성된 도서관 활동가들이 무료 봉사로 자리를 지킨다.

아이들이 떠나며 적막했던 학교 주변이 이제는 거리에 온기와 생기를 주는 원도심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고윤권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이번 수상은 건축물의 가치와 함께, 행정 학교 주민과의 협치 모델이 높게 평가됐다”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