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트럼프, 10년간 소득세 한 푼도 안 냈다

입력 2020-09-28 16:17 수정 2020-09-28 16: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부동산 재벌’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15년 중 10년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그 이듬해 낸 소득세도 각각 750달러(약 88만원)에 불과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지난 20여년치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신고 자료를 확보해 이같이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운영하는 기업들이 적자를 신고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NYT는 “최근 15년 가운데 10년은 수입보다 손실이 크다고 신고해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진행을 맡았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등으로 2018년까지 4억2740만달러(약 5022억원)를 벌었으며, 두 채의 건물에 투자해 1억7650만달러(약 2074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에 750달러만 세금을 낸 것은 970만달러에 달하는 기업투자용 부채로 거액의 세금을 감면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도 수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국세청으로부터 채무를 이유로 세금 7290달러(약 856만원)를 환급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NYT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도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실이 부정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여년간 연방정부에 ‘개인세금’ 수천만 달러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측이 가리킨) 개인세금에는 소득세, 사회보장연금, 건강보험금 등이 포함되는 것”이라면서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자신의 납세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연방 소득세를 10년이나 내지 않은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세 회피 논란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첫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는 의혹이 제기된 지 몇 시간 만에 ‘나는 트럼프보다 세금을 더 냈다’고 조롱하는 스티커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납세 자료 제출을 요구해 온 리처드 닐 하원 세입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법을 적용했다”면서 “빚진 것을 갚지 않기 위해 미루거나 회피하기 위해 법적 싸움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빌 패스크렐 하원 세입소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심지어 백악관에 있는 동안에도 믿기 어려운 도둑질을 했다는 것을 폭로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관행에 따라 납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