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하지원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움에 뭉클”

입력 2020-09-28 16:16
영화 '담보'에 출연한 배우 하지원.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보는 내내 뭉클했어요. 진짜 가족도 잘 못 보는 경우가 많은데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만큼 끈끈해지는 과정에서 어떤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랑이 느껴졌어요.”

배우 하지원이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계속 눈물짓게 한 이 영화는 29일 개봉하는 ‘담보’. 하지원이 5년 만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선택한 ‘담보’는 추석을 맞아 지금 시대에 희미해져 버린 ‘가족’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한다.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지원은 “영화를 보면서 2016년 돌아가신 아빠가 많이 떠올랐다”며 “곁에 안 계시지만 늘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주고 계시다고 믿는다. ‘담보’도 나를 언제나 믿어주고 지켜주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1990년대 초 배경의 영화는 떼인 돈을 받으러 간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가 얼떨결에 9살 아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7번방의 선물’ 등 가족영화가 으레 그렇듯 영화도 ‘신파’와 ‘감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다만 앞서 친숙한 스토리텔링으로 ‘국제시장’ ‘히말라야’를 히트시킨 JK필름 신작답게 돈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에 관한 뻔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이야기 구멍을 채우는 핵심 요소다. 극에서 두석과 종배의 사랑으로 엘리트 동시통역사로 자라난 승이 역의 하지원은 등장할 때마다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감동을 끌어올린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직장인까지 넓은 연령대를 연기한 하지원은 ‘아버지’ 연기 베테랑 성동일과 절친한 부녀 호흡을 선보인다.

어린 승이와 어른 승이의 감정선을 신경 썼다는 하지원은 “승이 촬영 분량을 다 체크하고 성동일·김희원 선배님과 얘기 나누며 소이와 감정 밸런스를 맞췄다”며 “가족과 재회 등 복받치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많아 어려웠다. 감독님께서 보내주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다듬었다”고 말했다. 앞서 하지원을 ‘1000만 배우’로 만든 영화 ‘해운대’에서 조감독으로 만났던 강대규 감독에 대해서는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거듭 찍으시더라. 욕심쟁이이지만, 정말 착하시다”며 웃었다.


영화 '담보'에 출연한 배우 하지원.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담보’는 하지원에게 유달리 배움이 많았던 촬영 현장이기도 했다. 1995년 KBS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해 25년 동안 멜로·액션·휴먼드라마까지 섭렵했지만, 여전히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갈망이 크다. 숨 쉬는 듯 연기하는 성동일과 꼭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다는 하지원은 “영화는 픽션(허구)인데 선배님 연기는 논픽션 같다. 배우로서 정말 부러운 강점”이라고 치켜세웠다.

최근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 출연해 청량하고 소탈한 매력을 선보인 하지원은 2018년 한·중·일 합작 액션 영화 ‘맨헌트’(감독 오우삼) 이후 JTBC 드라마 ‘초콜릿’에서 윤계상과 따뜻한 멜로 연기를 펼치는 등 장르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25년 동안 배우로서 다사다난했지만, 슬럼프는 없었다. “에너지를 다 쏟을 수 있는” 연기가 너무 즐거워서다. 세월의 흐름마저도 더 다양한 연기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하지원은 “앞으로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집중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들을 많이 해왔는데 이제는 제 나이만 가능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처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