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북비판 없이 “국민께 대단히 송구…재발방지 절실”

입력 2020-09-28 14:53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북한군의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며 남북 군사통신선을 재가동하자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직접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께서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며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한 안보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정부의 책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사과도 긍정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통지문을 보내 신속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특별히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으며 남북 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도, 남북 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규명과 재발 방지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며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남북의 의지가 말로 끝나지 않도록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제도적인 남북협력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선은 어떤 경우라도 지켜나가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며 “긴급히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을 통해 연락과 소통이 이뤄져야 우발적인 군사충돌이나 돌발적인 사건·사고를 막을 수 있고, 남북의 국민이나 선박이 해상에서 표류할 경우에도 구조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군사 통신선만큼은 우선적으로 복구하여 재가동할 것을 북측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