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1 일방적 사업중단, 방산업체들 억울함 토로

입력 2020-09-28 13:37 수정 2020-09-28 14:37
K11 복합형소총. 국민일보DB

방위사업청의 K11 복합형 소총 계약 해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민관의 법적 소송으로 이어진 가운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이다. 방산업체들은 방사청이 모든 책임을 업체에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반면 방사청은 감사원 처분에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 떠넘기기는 아니란 입장이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5일 입장자료를 내고 최근 K11 생산 업체인 S&T모티브에 구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이유는, 사업 중단 후 귀책 사유를 조사한 결과 업체는 상세설계를 담당하였으며 재질 임의변경, 충격량 설정 등 설계결함의 원인을 초기부터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위해 방사청은 외부 법률 자문위원회 등 내외부 법률 검토를 진행해 계약 해지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냈으며 관련 법령에 따라 중도금 등은 환수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방사청의 이런 입장에 대해 기업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격 통제 장치를 담당한 이오시스템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플라스틱 재질인 피크(Peek) 소재를 규격으로 지정했고, 상세설계 도면 역시 국과연의 설계 검토와 승인을 받아 국방규격으로 도면을 완성했다. 특히 충격 값도 양산계약 체결 이후 국과연이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업체가 사통 장치의 설계 결함 원인을 초기부터 제공했다는 방사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란 주장이다.

업체들은 방사청이 감사원 보고서 내용을 빌려 “책임이 어디에 있다는 명시적인 내용이 없다”고 해명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감사원 결과보고서를 보면, ’K11 복합형 소총 연구개발 수행 및 전력화 재개 분야’ ‘사업관리 분야’ 등 방사청이 업무수행에 있어 미흡한 사항과 업무추진 절차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9건 확인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방사청의 이런 표현이 감사원의 지적을 외면 또는 축소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특히 방사청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물론이고 지체상금 등 대법원판결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국가기관과 업체의 귀책 사유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100% 국가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대법원 판단은 사업중단 전 지체상금에 대한 판결로서, 소송 당시 업체의 귀책 사육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소총 분야를 담당하는 S&T모티브는 “감사원은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가기관의 귀책 사유를 파악하고 2019년 9월에 처분요구를 했고 대법원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보다 2개월이 늦은 2019년 11월 100% 국가 귀책으로 최종 판결을 내렸다”며 “소송 당시 업체의 귀책 사유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 K11 사업 중단과 갈등…왜?

한국군의 차기 복합형소총으로 야심차게 개발하던 K11이 전력화 중단 후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국회 국방위는 K11 전력화 전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를 했다. 감사원은 2019년 9월 감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K11 연구개발 및 사업관리에 대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감사원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국방과학연구소는 K11의 운용성능을 만족시킬 수 없는 국방규격서를 만들어 방위사업청으로 제출했고 방위사업청은 국방규격서가 작전 운용성능에 부합되게 작성됐는지 여부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군수조달분과위원회에 상정해 승인해다”고 밝혔다.

총기 설계상 결함 등 수차례에 걸친 납품 지연과 잦은 기술변경으로 인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 하는 사이 지체 보상금 소송이 시작됐다. 방사청이 업체들의 K11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지체 보상금을 요구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K11 제작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제기한 물품 대금 관련 소송에서 “업체의 귀책 사유와 무관하게 연구개발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설계상 결함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이므로 지체상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문제는 방사청이 대법원판결과 감사원 결과 보고 등을 뒤엎고 또다시 모든 책임을 방산업체로 돌린 점이다. 방사청은 무리하게 계약해제를 강행함으로써 S&T모티브에 16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같은 결정은 업체 간의 갈등도 야기했다. S&T모티브는 이오시스템에게 16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됨으로써 전체 3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이 발생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