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차 야구부’라 불렸던 한일장신대 야구부 전국을 평정하다

입력 2020-09-28 13:17 수정 2020-09-28 16:25
한일장신대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 26일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2020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강릉 영동대를 꺾고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한일장신대 제공.

‘봉고차 야구부’라 불리었던 지역 대학 야구부가 전국 무대를 평정했다. 열악한 환경을 견뎌오다 문을 닫고 재창단 한지 30개월만에 이룬 쾌거다.

전북 완주에 있는 한일장신대 야구부가 최근 ‘2020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했다. 한일장신대는 지난 26일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강릉 영동대를 5대3으로 제압하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두 달간 치러진 권역별 예선전을 통과한 18개 대학이 참여, 토너먼트 형태로 진행된 왕중왕전에서 한일장신대는 전통의 야구 강호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렸다.

16강전에서 인하대를 3대1로 이기고 8강전에서 연세대도 3대2로 꺾었다. 4강전에서 중앙대마저 8대4로 물리치고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한일장신대는 쟁쟁한 야구 명문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재창단 2년 6개월 만에 거둔 우승이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한일장신대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 26일 ‘2020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윤정현 총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한일장신대 제공.

한일장신대는 이번 대회에서 각종 개인상도 휩쓸었다. 최우수 선수상을 오성민(3학년), 우수 투수상을 배동현(4학년), 수훈상을 김록겸(2학년) 선수가 받았다. 이선우 감독은 감독상을, 김연수 체육부장은 공로상을 손에 쥐었다.

특히 이선우(31) 감독은 지난해 12월 국내 대학 야구 최연소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1년도 안돼 팀을 대학 정상에 올려 놓았다.

한일장신대 야구부는 2003년 첫 출범했다. 신학대학으로서는 최초로 스포츠를 통한 선교활동을 펼치기로 다짐했다.

당시 전국에서 무명 선수들만 모여 ‘공포의 외인구단’이라 불리었다. 하지만 ‘봉고차 야구부’란 씁쓸한 별명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 탓에 훈련 장소나 다른 지역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선수들이 봉고차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선수 부족과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채 2013년 운영이 중단됐다. 그러다가 2018년 3월 폐교된 서남대의 야구팀을 인수해 팀을 재창단했다. 이젠 선수단이 50여명으로 커졌고, 학부모들의 후원으로 45인승 버스까지 생겼다.

특히 4학년 배동현·정연제 선수는 최근 열린 ‘2021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는 등 프로선수 배출에도 성공했다.

이선우 감독은 “결승전 9회 초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구춘서 총장의 관심과 학교 지원은 물론 학부모님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오늘 같은 영광이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연수 체육부장은 “최선을 다해준 선수와 지도자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야구부를 비롯한 한일장신대 5개 운동부들이 모두 즐겁게 훈련과 공부를 병행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