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면전 위기…‘화약고’ 아르차흐 어디?

입력 2020-09-28 11:06 수정 2020-09-28 11:33
아르메니아 국방성 제공. EPA

구소련 구성원이자 오랜 숙적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무력충돌이 발생해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기다.

BBC 등 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양국의 오랜 분쟁 지역인 아르차흐공화국(터키어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발생한 무력충돌로 민간인과 군인을 포함해 최소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서로 먼저 공격을 받아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흐달얀 아르메니아 외무부 대변인은 “오전 7시쯤 아제르바이잔군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오늘 아침 아르메니아 군대가 대포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여러 방향에서 우리 진지에 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확실한 보복은 물론 전면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권위주의 정권이 다시 한번 아르메니아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며 “우리는 남캅카스에서 전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의 신성한 조국을 지킬 준비를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력충돌 후 아르메니아와 아르차흐공화국에서는 즉시 계엄령이 선포됐다.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도 TV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의 명분은 정의롭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이다”라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수도를 포함한 전국 대도시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주아제르바이잔 대한민국 대사관은 긴급공지를 통해 우리 국민의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2018년 기준 아제르바이잔에는 우리 국민 1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무력충돌 소식에 빠르게 반응했다. 터키는 같은 투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아르메니아를 향해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현지시간) 주일 삼종기도에서 “코카서스 지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며 “당사국들에 선의와 형제애를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아르차흐(나고르노-카라바흐)는 어디?
아르차흐 공화국 위치. BBC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였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모두 소비에트연방에 포함되며 영유권 다툼이 시작됐다. 당시 소련은 주민 대다수가 아르메니아인임을 고려해 자치공화국 지위를 부여했다. 소련 붕괴 직전에 이 지역은 독립국 지위를 선언하고 아르메니아와의 통합을 선포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1992년부터 2년간 이 지역을 두고 영토전쟁을 벌였다. 199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과 관련해 4개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아르메니아의 점령지역 철수와 아제르바이잔의 주권을 확인했다.

현재 아르차흐공화국은 국제법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실효적으로는 아르메니아가 지배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를 제외하고 단 한 곳의 유엔 회원국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미승인 국가로 분류된다.

2008년 이래 양국 정상회담 개최와 러시아의 중재를 통한 3자 회담이 수차례 개최됐으나 큰 진전은 없었다. 2014년과 2017년에 이어 올해 7월에도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30여년 동안 무력충돌이 계속돼 왔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