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계몽군주’라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것이 북한 입장에서 반갑겠느냐”고 반문했다. ‘계몽군주’라는 표현이 우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겠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계몽군주라는 표현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인 용어로 인식돼 있는 건 틀림없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북한 입장에서 반갑겠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이어 “계몽군주의 역사적인 예를 보면 기본적으로 전제왕조, 전제주의 국가”라며 “그 속에서 위로부터의 개혁, 늦어졌지만 즉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러시아나 프로이센을 얘기하는 것이다. 또 프리드리히 2세의 등 떠밀린 개혁, 뒤늦은 개혁, 그 속에서 제도 내 개혁, 위로부터의 개혁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 특유의 수령제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정치체제이며 옛날 봉건제나 절대왕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시대의 산물인 계몽군주를 김 위원장에게 비유했으니 북한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유 이사장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발표를 접하고 놀랐다가 북한의 사과 성명을 듣고 안도하는 과정에서 ‘계몽군주’라는 표현이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박 의원은 “유 이사장 입장에서 아마 국방부 발표가 있고 나서 상당히 놀라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소 낙담하지 않았을까”라며 “그런 가운데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녘 동포들에게 끼친 큰 실망감에 대단히 미안하다는, 제가 보기에는 남북 역사 속에서 명확하고 분명한, 그리고 내용상으로 상당한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처음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속에서 (유 이사장이) 남북 평화라는 관점에서 다소나마 안도를 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 속에서 나온 용어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유 이사장의 ‘계몽군주’ 발언이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저는 그 소식을 들으면서 정말 참담하다, 유 이사장이 계몽군주 밑에 가서 사시려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거기에 안 사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이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처참하게 희생당했다. 시신을 불에, 기름을 부어서 불에 태워서 40분 동안 태웠다는 거 아니냐. 6시간 동안 끌고 다니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구출 노력 하나 안 하고 그냥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금 계몽군주 얘기가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김 위원장을 ‘폭군 중에서 폭군’ ‘전 세계에서 가장 폭군’이라고 칭하며 “고모부는 총살, 친형은 독살, 반대 세력은 가차 없이 숙청하고 죽이는 정권을 향해 어떻게 계몽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느냐”며 “계몽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