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할 수 없었다” 신인모델 노린 프랑스 거장…성폭행 피소

입력 2020-09-27 22:12 수정 2020-09-27 23:31
세계적인 모델 기획사 '엘리트' 유럽지사를 이끌었던 제랄드 마리. 그는 27일(현지시간) 미성년 등 신인 모델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프랑스 검찰에 고소당했다. 출처: 영국 데일리 메일

신디 크로퍼드, 나오미 캠벨과 같은 세계적인 모델을 발굴한 기획사 ‘엘리트’의 유럽지사를 25년간 이끌었던 제랄드 마리가 성폭행 혐의로 프랑스 검찰에 고소당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를 고소한 것은 과거 소속 모델들이며 고소인 중에는 당시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피해자 측의 자료에 따르면 당시 마리는 1980∼1990년대 17세 미성년자 모델을 포함해 모델 4명을 사무실 등에서 강간, 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마리 회장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모델마저도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로 만들어줄 수 있는 패션계 거물이었고, 모델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파리를 찾아온 어린 소녀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고 피해자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털어놓았다.

미국 출신의 배우 겸 모델 캐리 오티스(51)는 17살 때, 스웨덴에서 태어나 이제는 작가인 에바 칼손(51)과 미국에서 작가 겸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질 도드(60)는 각각 20살 때 마리 회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2살, 13살짜리 딸을 둔 오티스는 “여전히 이 업계에 남아있는 가해자들을 우리가 멈춰 세우겠다”며 “내 딸들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곳에서 자라선 안 된다”고 말했다.도드는 “너무나 두렵고 부끄러워서 몇 년을 이야기하지 못하다 치료를 받고 나서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모델로 위장 취업해 업계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던 기자 리사 브링크워스(53)도 피해자 중 하나다. 마리 회장과 1998년 10월 5일 가진 술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위장 취업해 모델 업계의 반인권 행위를 고발한 기자 리사 브링크워스(53). 그 또한 취재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출처: 영국 더타임즈

한편 마리는 “해당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한다. 제기된 혐의에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더타임스에 밝혔다. 그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다른 모델 기획사 위(Oui)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피해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후 수사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