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정보에 상호명이 노출된 업체들이 각종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코로나 확진자 방문 점포’라는 댓글 낙인에 ‘별점 테러’까지 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타격도 심각한데 지워지지 않는 ‘온라인 코로나 낙인’에 업주들은 극한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식당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3주 영업중단 끝에 지난 23일 다시 문을 연 수도권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 점주 A씨는 최근 한 지도 앱에 달린 댓글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식당을 소개하는 첫 페이지에 일부 네티즌이 ‘코로나 식당’ ‘코로나 무더기 확진’ 등의 댓글을 적고 별점 1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기사 링크를 덧붙이기도 했다.
A씨처럼 ‘온라인 코로나 낙인’이 찍힌 자영업자들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괴로운 심경을 토해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방역 협조를 위해 상호명이 공개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댓글이나 별점 등 온라인에 새겨진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당국이 상호명을 공개한 건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온라인 공간에 낙인이 찍히는 건 다른 문제”라며 “식당문 앞에 ‘코로나 확진자 다녀감’이라고 써놓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하소연했다.
별점 테러를 가한 네티즌들은 이 식당뿐 아니라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장소를 지도 앱에서 찾아다니며 별점 1점과 함께 ‘코로나 확진자’라는 댓글을 남겼다. 지난 2일 확진자가 방문해 업체명이 공개된 한 음식점엔 ‘코로나 식당’이라 적고, 지난 15일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의 한 사우나에는 ‘코로나 사우나’라고 남기는 식이다. 한 네티즌은 지난 5월부터 수십여곳에 이 같은 기록을 남겼다.
역시 확진자 동선 정보에 상호명이 공개된 울산의 한 식당 사장 B씨는 “확진자가 다녀간 게 우리 잘못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인데 왜 남의 고통을 빌미로 그런 댓글을 남기는 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코로나 식당이라는 내용이 퍼지면 누가 우리 식당을 찾겠냐”고 분노했다. 이어 “장사가 안 되는 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 낙인에 의한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수도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0)씨는 “자영업자는 포털사이트나 지도 앱이 거의 유일한 홍보 창구이기 때문에 거의 100% 등록을 하고, 평점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카페 같은 곳에선 ‘코로나 리스트’가 만들어져 지역 상인들이 폐업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의해 상호명이 공개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실시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 지침에 따라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및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직장명은 불특정다수에게 전파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공개가 가능하다.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나 이용한 이동수단도 확진자가 발생한 공간 내 접촉자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공개가 제한적임에도 이를 이용한 낙인 찍기가 온라인 상에서 일종의 놀이처럼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방역 당국은 연일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를 비난하거나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두기이지, 마음의 거리두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