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의 늙은 문 대통령 사진합성, “여권 혐오 유발” 논란

입력 2020-09-27 17:16
10년 뒤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한 피켓을 들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 모습. 출처: 그린피스 코리아 페이스북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내용의 캠페인 포스터에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10년 뒤 늙은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사용한 것을 놓고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 25일 그린피스는 공식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10년 뒤 과거를 후회하는 문 대통령, 도대체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린피스는 이 글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과 광화문, 홍익대학교 주변 거리에 정부와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포스터 160여부를 부착했다”며 포스터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25일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포스터를 들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모습. 출처: Jung-geun Augustine Park, 그린피스 코리아

그린피스가 제작한 이 포스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10년 뒤 모습이 합성돼 들어갔다.

2030년이 돼서야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말 죄송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일상이 될 줄 몰랐습니다”라고 사과한다는 내용이다.

출처: 그린피스 코리아 페이스북

출처: 그린피스 코리아 페이스북

출처: 그린피스 코리아 페이스북

이 게시글에는 “현 여당에 대한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달리며 논란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김종인 추가해도 쇼하는 거로 오해받는다”고 비꼬았다. 등장한 4명의 인물 중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모두 여권 인사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5년까지 약 12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상황에서 그린피스의 이번 포스트는 집권 여당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라는 의견도 있다.

소액회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현 대통령만큼 탄소가스 배출량을 줄이려고 적극적인 정치인이 어디 있는가. 월요일날 당장 후원을 취소하겠다”라며 항의했다. “운동은 지지하지만, 노인의 모습을 (희화화)한 포스터는 선의를 흐리게 한다”며 노인 혐오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이도 있었다.

반면 “시민단체니까 정부 비판하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권 혐오를 조장하려 했다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는 얘기다.

그린피스는 이 같은 논란에 “그린뉴딜에 포함된 내용은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너무나 불충분하다. 많은 언론사와 환경단체들이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만 담겨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그린피스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도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각국 정상을 대상으로 이같은 포스터를 전시한 바 있다.
2009년 그린피스가 제작한 오바마 미래 포스터. 출처: 그린피스 코리아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