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석’에 홀로 남은 노인들은 어떡하나

입력 2020-09-27 15:53
지난 8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읍 일대에 추석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완도군은 명절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멈춤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서모(58)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남편과 고민에 빠졌다. 다리가 불편한 90대 시아버지와 뇌출혈로 누워있는 80대 친정어머니가 눈에 밟혀서다. 이들 부부는 2주에 1번씩 경북 봉화에 있는 시댁과 요양원을 방문해 왔는데 올해 추석을 앞두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향에서 서씨 부부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서씨는 27일 “코로나19 때문에 귀성을 자제하자는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부모님은 연로하신데다 지병이 있어 주기적인 돌봄이 필요한데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귀성 여부를 고민하는 중장년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고령인 부모가 사실상 방치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이유로 귀성을 접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자칫하면 특별방역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1일까지 몸이 불편한 부모가 장기간 방치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노인 7000여명 중 65~69세에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3.7%였지만 80~84세는 12.7%, 85세 이상에서는 19.7%로 늘어났다.

고향 마을의 이장과 부녀회장에게 ‘대신 부모님을 방문해 달라’는 부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충남 홍성의 한 마을 이장 우모(62)씨는 “여든이 넘은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이 ‘명절에 한 번만 방문해 달라’ ‘뇌졸중이 있으신데 혹여 넘어져 계신 건 아닌지 확인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면서 “면사무소 등에서 화상통화를 권하지만 80세를 넘긴 노인들은 휴대전화 렌즈를 제대로 쳐다보는 것도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명절을 계기로 방치되고 있는 노인 규모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인들은 주거형태에 관계없이 명절에 더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데 코로나19가 더 많은 노인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장기 방치 상태에 놓인 노인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