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바뀐다…서쪽 차로가 대형 공원으로

입력 2020-09-27 12:48 수정 2020-09-27 14:56

광화문광장 서측 5개 차로가 이르면 내년 말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후 주춤했던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사업이 다음 달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것이다. 새 광장의 모습은 2018년 첫 리모델링 계획 발표 이후 시민·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지난 2월 도출한 ‘사직로 유지, 단절 없는 서쪽 광장’ 형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광장으로 메우는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월 발표한 ‘사직로 유지, 단절 없는 서쪽 광장’ 리모델링 계획을 이행한다는 뜻이다. 광장 동측 차로 개편→서측 광장부지 문화재 발굴→서측 광장조성 과정을 거쳐 내년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우선 다음 달 말 차로 공사에 돌입한다. 광장 동측 차로를 기존 단방향 5차로에서 양방향 7차로(버스정류장 주변 9차로)로 조정한다. 변수가 없다면 내년 2월 완공될 예정이다.

동측 차로 공사가 끝나면 서측 차로 통행을 막고 땅속 문화재 발굴 작업에 들어간다. 문화재가 발굴되는 등의 변수가 없으면 이 작업은 4~5개월 정도 걸린다.

서울시는 차로가 줄어드는 만큼(양방향 10차로→양방향 7차로) 주변 통행속도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광장 주변 교통운영체계를 개선하고 교통량 우회 및 분산처리를 적용해 공사 뒤에도 현행 통행속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서측 문화재 발굴 작업이 끝나면 그 자리에 광장을 조성한다. 도로를 정비하고 나무를 심는 데 6개월 정도 필요하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때 완공 예상 시점은 내년 말이다. 새 광장조성과 함께 광장으로 이어지는 좁고 오래된 보행거리 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완공 이후에는 궁궐 상징물 ‘월대’ 복원사업에 돌입한다. 월대는 과거 주요 궁궐마다 앞에 지었던 넓은 행사용 기단을 말한다. 서울시는 사직로 북측 일부 차로를 월대 부지로 조성하고, 줄어든 차로만큼 사직로 바로 아래 광장을 차로로 조성한다. 사직로가 차로는 10차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모양은 월대를 품은 U자 형태로 바뀌는 셈이다. 월대 복원사업은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23년 완공할 계획이다.

2018년 첫 계획에서 대규모 개발이 예정됐던 지하공간은 소규모 개발에 그친다. 지금도 지하에 조성된 해치마당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에서 진행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리모델링으로 사직동과 청운효자동, 삼청동 등 광화문 일대의 상권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사업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2018년 본격화됐다. 애초 광장 서측 차로는 물론 사직로까지 광장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지상 면적 1만8840㎡의 3.7배에 이르는 6만9300㎡ 규모 초대형 광장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교통 우려를, 행정안전부가 정부청사 용지 침범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발목이 잡혔다. 박 전 시장이 지난해 9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지난 2월 ‘사직로 유지, 단절 없는 서쪽 광장’ 형태의 수정안을 발표해야 했다. 주민·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광장의 전체 지상 면적은 3만4600㎡로 축소됐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누그러지면서 사업 추진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지난 5월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새 리모델링 사업의 동력마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계획됐던 사업은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게 서울시 전체 방침”이라며 일축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