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 종전선언 강조
김 차장, 포틴저 백악관 부보좌관과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
한미 동맹·한미 방위비·북한 문제 등 협의 알려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지난 16일부터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극비리에 방문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도 김현종 차장의 방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김현종 차장의 이번 방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밝히기 직전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김 차장이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 연설 내용을 미리 설명하고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당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차장은 또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나 한·미 동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이어 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6일(현지시간) “김현종 차장이 지난 16일부터 20일 미국 워싱턴을 극비리에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 차장이 지난 2월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이번은 4박 5일 일정이었다”면서 “그만큼 미국 측과 논의할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을 방문한 뒤에 일정 기간 자가격리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차장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한·미 간에 긴박하게 논의했어야 할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차장은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미국 측과 한·미 동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동맹을 ‘냉전동맹’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미국 측이 강한 불만을 제기해 이를 설득하기 위해 방문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북한 문제도 회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마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오는 10월 10일 미국을 겨냥해 핵 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보 이슈에 주력하는 김 차장이 이번 방미에서 미국 측과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코로나19로 축소·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차장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우리의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미사일지침 개정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미국 대선 이후로 연기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한국 초청 문제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갈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김 차장이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 인사 등을 면담하고, 한미 간 주요 현안 및 역내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이번 방미를 통해 우리 측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 및 조야의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양자 현안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계가 껄끄러운 것으로 알려진 김 차장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우연찮은 방미 일정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종건 차관은 지난 9∼12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등을 만났다. 최 차관의 방미 일주일 뒤에 김 차장이 극비리에 미국을 찾은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초 당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이었던 최 차관이 워싱턴을 방문했고, 그 직후였던 2월 5일부터 7일까지 김 차장이 워싱턴을 찾았다.
김 차장과 최 차관이 비슷한 시점에 시차를 각각 두고 워싱턴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김 차장과 최 차관 사이에 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따로따로’ 미국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