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치열하게 살다간 그들…”

입력 2020-09-26 16:52 수정 2020-09-27 09:51

재독 작가 박경란(사진)씨가 독일에서 근무했던 한국 여성들의 절절한 삶을 담은 ‘흔적'(피플앤북스)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국민일보에 연재한 파독 간호사들의 이야기 20여편이 담겼다.

박 작가는 이 책 서문에서 “불꽃처럼 치열하게 살다간 그들의 역사를, 부족하고 초라한 나의 질그릇에 담는 것은 버거웠다”며 “이 책은 그들의 사랑, 이별, 일, 가족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어떻게 동행하셨는지를 담담하게 녹여낸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사랑밭 대표 권태일 목사는 추천의 글에서 “이 글을 읽는 동안 파독 1세대가 남긴 삶의 흔적 속에는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십자가의 사랑이 삶의 기적이었음을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 작가는 2007년 독일로 이주했다. 단편 소설 ‘무쿵의 시간’ ‘시간의 모래’를 발표했다.

또 ‘베를린 오마주’ ‘나는 독일맥주보다 한국사람이 좋다’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등의 책을 낸 박 작가는 호스피스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파독간호사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500여명을 인터뷰해 여러 매체에 기고했다.
파독 간호사들. 국민일보DB

파독 간호사로 구성된 연극단체 ‘빨간 구두’에서 총 6회의 독일 공연 기획과 대본을 협력했다.

2016년 한국초청 공연인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의 기획·연출과 희곡을 쓰는 등 파독 간호사의 사연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파독 간호사는 1960·70년대 1만명 넘게 파송됐다. 이 때 8000여 명의 파독 광부와 함께 국내로 송금환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역만리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열정을 다해 일하다 퇴직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인지라 뒤늦게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반세기가 지난 세월은 그들을 이방인으로 남게 했다고 박 작가는 설명했다.

삽화=국민일보 그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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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독일은 2차 대전을 겪은 후 폐허가 된 나라의 사회기반시설을 메워 줄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 시대 한국인의 독일 이주는 취업이민의 성격을 띠고 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독일 유입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물려 이주가 가능했다. 1963년 파독광부 1차 파견을 시작으로, 1966년 파독 간호사의 1차 입국과 함께 1977년까지 독일에 온 한인 근로자는 대략 1만 8천여 명으로 추산되었다.

이들 중 3분의 1은 귀국, 3분의 1은 미국이나 케나다 등 제3국으로 2차 이주를 했고 나머지만 독일에 잔류하게 되었다. 독일에 거주한 한인들은 성실하고 강한 인상으로 이국땅에 뿌리내릴 수 있었고 한국의 세계화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

한인들의 독일 정착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교회다. 한인교회 역사는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은 원래 3년 계약직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서명운동과 집회를 통해 법적으로 장기체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의 저변에는 한인교회가 있었다. 따라서 독일 내 한인사회의 토대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독일의 초창기 한인 공동체는 파독 1세대들이 모인 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태동했다.

파독 1세대 중 신앙을 가진 파독인 들은 먼 이국 땅 자신이 선 자리에서 견디어 낼 근간으로 소망 위데 십자가를 굳게 세웠다. 그들은 자신의 십자가를 부여잡고 고통과 설움의 시간을 이겨냈다. 기도는 그들을 치유하고, 강물이 되어 동토의 땅 독일을 녹였다.

파독 1세대가 우리에게 남긴 흔적들과 디아스포라의 헌신적인 삶의 역사는 나약하지만 쓰임에 있어서는 강하게 역사하신 십자가의 사랑과 하나님의 동행이 있었고 그것은 독일통일을 이끌어낸 담금질이 되었다.

“디아스포라, 그 삶의 흔적을 헌정하며......”

대한민국 경제 건설의 방점을 찍었던 파독인들의 역사는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불꽃처럼 치열하게 살다간 그들의 역사와 흔적은 시온성을 잃은 이스라엘 민족이 바빌론의 강가에서 눈물지었던 것처럼 회한의 조국을 그리워하며 가슴에 담았고 고국을 향해 두 손을 모았고, 소망을 품었다.

이 책은 2018년 1월부터 국민일보에 진행된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과 간증을 게재했던 칼럼과 함께 파독1세대의 디아스포라의 삶과 그들의 사랑, 이별, 일, 가족 등 평범한 일상 속에 하나님이 어떻게 동행하셨는지를 기록한 그들의 생생한 삶의 흔적들과 신앙고백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파독 1세대 중 22명의 만남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본토 아비집을 떠나 이방인으로서 그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어떤 능력으로 사명과 복음을 전하며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았는지를, 그들이 남겨놓은 삶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희망의 메시지를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불꽃으로 치열하게 살다간 그들의 역사를, 부족하고 초라한 질그릇에 담는 것은 버거웠으며, 하나님의 은혜가 절실했고, 하나님은 그들을 직접 만나셨...

저자 : 박경란

한국에서 월간지 기자를 거쳐 편집장으로 일한 후, 2007년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했다. 독일의 문화와 역사, 일상 및 파독 근로자들의 삶을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칼럼니스트이다.

파독 간호사들로 이뤄진 연극단체 〈빨간 구두〉에서 총 6회의 독일공연 기획과 대본을 협력했다. 2016년 한국 초청공연인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의 기획 연출과 희곡을 맡았다.

단편소설 「무쿵의 시간」, 「시간의 모래」를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베를린 오마주』 『나는 독일맥주보다 한국사람이 좋다』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있다…4

1. 나이팅게일의 꿈, 전장이 아닌 삶에서/ 박명희 …12
2.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찾아서/ 박옥희 …22
3. 술보에서 전도왕이 되다/ 정승식 …36
4. 평화의 기도회, 라이프치히 성전 문지기/ 최정송 …46
5. 침술을 이방선교의 도구로/ 남차희 …54
6. 독일 자유교회에서 내적치료에 힘을 쏟다/ 손영숙 …64
7. 고국을 향한 울림/ 김정신 …72
8. 간호사에서 시설 양로원장까지/ 김에스더 …82
9. 파독광부에서 간호사의 삶/ 양기주 …92
10. 독일교회와 몽골교회에서 한 영혼 살리기/ 유혜진 …102
11, 시간의 자화상을 그리다/ 이단비 …112
12. 독일 남편 반나쉬가 한국사람 반서방으로/ 박신숙 …122
13. 나는 지금/ 김종숙 …132
14, 독일 평신도 사역에 불을 지피다/ 이화순 …138
15. 굴곡 많은 인생 끝, 참 아버지 만나/ 어리리 …148
16. 3개국을 향한 사랑의 전도자/ 강성구 …162
17. 잃어버린 유년의 행복찾기/ 주은자 …172
18. 어머니처럼 전도왕이 되고 싶어요/ 노미자 …184
19. “영적 아버지를 향한 시를 쓰고 싶어요”/ 최수자 …194
20. 통곡과 고통의 삶의 뒤안길/ 홍익성 …204
21. 남편의 천국 배웅하며 산 소망 체험/ 이상애 …214
22. 고난의 열매를 먹다/ 석봉건 …224

독일 디아스포라, 그 삶의 발자취…238

에필로그

포토회상
독일 한인 1세대 흔적과 기록…248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