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원 장악 우려에… 美민주, 대법관 임기 제한 맞불

입력 2020-09-25 16:24 수정 2020-09-25 22:08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연방대법관 임기를 ‘현행 종신제’에서 18년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오는 29일(현지시간) 발의할 예정이다. 루스 베더 긴스버그 대법관의 별세 이후 연방대법원 구성을 보수 절대 우위 체제로 재편하려는 트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법관 자리를 둘러싼 정파싸움을 줄이고 연방대법원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대법관 18년 임기제’를 추진한다.

미국 사회에서 연방대법원은 단순히 사법부 최고기관을 넘어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후의 이념추 역할을 한다. 낙태나 동성애, 총기 소유 등 이념적으로 첨예한 쟁점들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대법관 자리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둘러싸고 격한 이념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우편투표 조작 가능성’을 띄우며 대선 불복을 시사하고 있다. 대선에서 설령 지더라도 투표 조작을 거론하며 승패의 최종 결정권을 대법원으로 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별세로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를 오는 11월 3일 대선 전에 서둘러 보수 인사로 채우려 애쓰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보수 5명, 진보 4명이었던 대법원 구성을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바꾸면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병폐를 완화하기 위해 대법관 임기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종신직인 대법관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균적으로 25년 이상 재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임명이 되면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한 정파의 이해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법안의 공동 발의자 중 한 명인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은 “이 법은 우리 사회를 문화적 쟁점의 극단으로 몰아가고, 극도로 분열시키는 연방대법원을 둘러싼 다툼에서 구해낼 것”이라며 “(각 진영의) 과열된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도 고등법관 임기 제한에 대해 우호적이다. 법조인 다수가 최근 몇 년간 ‘법관 임기 제한’에 지지 의사를 드러내 왔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법관 임기 제한에 대한 일반 미국 시민들의 지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