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가 북한의 피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북한이 25일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사과했다. 다만 북한은 이씨가 신원확인에 불응하고 도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총을 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군과 경찰 등은 이씨가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탑승한 지도선을 이탈할 때 본인 신발을 유기했으며 소형 부유물에 탑승해 이동한 점 등을 근거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북한이 밝힌 사건 당시 정황을 보면 이씨가 월북하려던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정부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씨가 월북 의도가 있었다고 발표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22일 우리 측 해당 수역 경기담당 군부대가 정체 불명의 남자 1명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강녕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원 확인을 요구했지만 처음에는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면서 “일부 군인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 행동으로 한 것으로 보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또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하는 행동 준칙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고,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 미터 접근해 확인 수색했지만,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인들은 불법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고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씨는 월북자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북한으로 넘어가려 했으면 북한군에 좀더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을 거라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뒀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씨가 월북 의사를 북측에 보였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다. 한 국방위원 역시 “신체를 띄우는 부유물을 발에 차고 완벽하게 준비해 그쪽으로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라며 “물때를 잘 아는 이씨가 간조여서 남에서 북으로 물이 빠지는 시간대에 그런 행위를 시도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유가족은 물론 동료들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씨의 친형인 이모(55)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동생이 타고 있던)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수부도 전날 브리핑에서 자체 조사에 따라 “이씨가 동료들과 월북 얘기를 나눴던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언급한 사람(동료)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소연평도 해역까지 가게 된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이씨가 월북하려던 게 아니고 다른 이유로 북한 쪽 해역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것이라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