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에 대해 만 하루가 지나도록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유엔사 정전위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통지문을 발송했음에도 북측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핫라인’ 등의 연락채널이 단절되면서 사실관계 확인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5일(오전10시 30분 기준)까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군은 공무원이 피살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북한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통지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북한은 남측의 사실확인 등 요청에도 일제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도 이날 남측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핫라인’ 등의 남북 간 연락채널이 3개월 전에 모두 끊긴점도 정부가 북한의 만행을 직접적으로 따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북한은 지난 6월 9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남북 간 모든 공식 연락채널을 끊었다.
북한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핫라인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통신시험연락선(기계실 시험통신) 등을 모두 끊었다. 이후 6월 16일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했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후 긴장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남북 정상부터 실무 차원까지 촘촘히 구축했던 소통 채널이 모두 닫힌 상태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북한의 태도는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 당시 즉각적으로 담화를 낸 것과 차이가 크다. 북한은 당시 피격 사건이 발생 다음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남조선 관광객이 우리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은 당시 해당 사건이 북한 신참 초병이 근무 수칙을 지키려다가 일어난 ‘사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북측이 군 상부에 보고를 하고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북한 해군사령부까지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누가 사살을 결심하고 명령을 하달했는지 알 수 없다”는 요지로 보고했다고 25일 여야 국방위원들이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의 고속단정이 와서 사격했다고 보고받았다”면서 “국방부는 ‘(북한) 해군 지휘계통이 아니겠느냐’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우리 군의 첩보 자산을 종합한 결과 (북한) 해군의 어떤 지휘계통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우리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방부의 국방위 보고에서 북한 해군 최고책임자인 김명식 인민군 대장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민 위원장은 해군사령부 윗선으로 보고가 올라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배제할 수 없다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