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이라면 누가 몸을 던져 일하겠나” 울분 쏟아낸 구본환 [전문]

입력 2020-09-25 14:03 수정 2020-09-25 14:03

“토사구팽(兎死拘烹)이라면 어느 누가 몸을 던져 일하겠습니까?” “졸속 감사 결과를 이유로 해임한다면 우리나라 공기업 CEO 가운데 누가 소신을 갖고 자율 책임 경영을 하겠습니까?” “해임을 강행하면 ‘인국공 사태’ 관련 의혹이 밝혀질 것입니다.”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 24일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정부 임기 내에 임명됐던 공기업 및 공공기관장이 임기 중에 해임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재부는 국토부에 공운위 회의 결과를 통보하고, 국토부는 구 사장의 해임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해임이 최종 결정된다.

구 사장은 공운위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연신 강조했다. 해임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구 사장은 자신의 해임안이 가결될 경우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고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진실로 증명되는 것이라고 공운위에 호소했다. 구 사장은 또 국토부가 해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공운위에 주장했다. 그러나 구 사장의 이런 주장은 공운위에서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5일 구 사장이 공운위에 제출한 ‘해임건의안 심의안건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구 사장은 “임기 3년이 보장된 본인에게 9월 초 국토부가 이유 없이 갑자기 자진사퇴를 강요해서 당혹스러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본인은 사퇴할 만한 명분이나 책임도 없는 상태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부당한 사퇴압력을 거부했다”며 “그러나 국토부는 불과 며칠 만인 지난 7일 속전속결식으로 공운위에 해임건의안을 상정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국토부가 제시한 해임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공운위에 주장했다. 국토부가 구 사장에게 통보한 해임건의 사유는 ‘태풍 위기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 보고’와 ‘기관 인사운영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 2가지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국정감사장에서 조기 퇴장했지만 그날 저녁 경기도 안양 사택 인근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쓴 사실이 알려졌다. 또 구 사장은 부당인사를 당했다며 해명을 요구한 한 직원을 직위해제해 ‘직원 갑질’ 논란에도 휘말렸었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국토부의 감사절차의 위법성, 본인 사택의 불법 침입 및 불법 수색 등 위법한 감사절차로 인해 정당성, 법적 타당성을 상실했다”며 “졸속 부실한 감사, 물증이나 증거 없이 진술에만 의존한 주관적 추정, 짜맞추기식 무리한 감사 등 감사내용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구 사장은 또 국토부가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해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해임을 한다면 우리나라 공기업 CEO 가운데 누가 소신을 갖고 자율 책임 경영을 하겠느냐”며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본인 해임사유가 소위 ‘인국공 사태의 꼬리 자르기’로 해석하고 있다. 졸속 직고용 결정, 책임회피 의혹 등 인국공 사태 전말에 대해 국민과 언론은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은 지난 6월 직고용 발표 시 300여명에 포위되어 노조의 폭력으로 부상을 입고 3개월 가까이 치료를 받는 등 정규직 전환과 경영혁신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노력했다”며 “(국토부가)해임을 강행한다면 숨은 배경을 두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여 직고용 및 인국공 사태 관련 관계기관 개입 등 그동안의 의혹이 국감, 언론 보도, 검찰 수사 등으로 밝혀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지적하듯이 토사구팽이라면 어느 누가 몸을 던져 일을 하겠느냐”고도 덧붙였다.

구 사장이 공운위에 제출한 ‘해임건의안 심의안건 관련 의견서’ 서언 전문

먼저, 소명기회를 주신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과 ‘정의’라는 화두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주목받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당연시했던 특권, 불공정, 밀실 결정 등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임기 3년이 보장된 본인에게 9월 초 국토부가 이유 없이 갑자기 자진사퇴를 강요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본인은 사퇴할 만한 명분이나 책임도 없는 상태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부당한 사퇴압력을 거부했습니다.

본인은 지금은 중요한 시기로서 다가오는 국정감사 대응과 현재 인천공항공사가 직면한 현안 사항(보안검색 직원(1,902명) 직고용,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상경영, 면세점 등 공항산업 생태계 붕괴방지, 스카이72골프장 인수인계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불과 며칠 만에 곧바로 9월 7일 속전속결식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해임건의안 상정을 요청했습니다.

본인은 해임 사유가 감사결과(1년 전 국감 시 태풍 위기 부실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 지난 3월 직원 직위해제)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국토부 감사결과는 감사절차의 위법성, 본인 사택의 불법 침입 및 불법 수색 등 위법한 감사절차로 인해 정당성, 법적 타당성을 상실했으며, 졸속 부실한 감사, 물증이나 증거 없이 진술에만 의존한 주관적 추정, 짜맞추기식 무리한 감사 등 감사내용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해임을 한다면, 우리나라 공기업 CEO 가운데 누가 소신을 갖고 자율 책임 경영을 하겠습니까?

또한,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본인 해임사유가 소위 ‘인국공 사태의 꼬리 자르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간 인천공항공사의 직고용에 대한 BH 등 관계기관의 부당한 개입으로 졸속 직고용 결정, 책임회피 의혹 등 ‘인국공 사태’ 전말에 대하여 국민과 언론은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난 6월 직고용 발표 시 300여명에 포위되어 노조의 폭력으로 부상을 입고 3개월 가까이 치료를 받는 등 정규직 전환과 경영혁신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노력했습니다만, 국토부는 격려나 위로는커녕 해임건의안을 이렇게 상정했습니다.

이제 해임을 강행한다면, 숨은 배경을 두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여 직고용 및 ‘인국공 사태’관련 관계기관 개입 등 그동안 의혹이 국감, 언론보도, 검찰수사 등에서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공사 노조와 직원들은 사장이 직고용을 졸속 결정했다며 원망, 비난, 분노의 대상이 되었으며, 조직분열과 제 명예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도 말씀드립니다.

일각에서 지적하듯이 토사구팽(兎死拘烹)이라면, 어느 누가 몸을 던져 일하겠습니까?

임기와 자율 책임경영이 보장된 공기업 CEO를 이런 식으로 갑자기 해임을 추진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과 이의를 가지고 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심의를 위하여 본인의 소견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