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와 9·19 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비대위원과 외교·안보특위 위원 긴급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께 사죄하고 이 사태 진실을 한치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대통령은 직접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이 책임지게 해야 한다. 9·19 군사합의는 공식폐기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해상에서 공무원 이모(47)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진 데 대해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살인 행위에 온 국민과 함께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이 만행 사건은 대한민국을 향한 군사 도발이자 중대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제네바협약과 유엔결의안에 따르면 전시에도 민간인 사살 금지, 즉결 처형도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더 분노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 죽어갈 때 군이 지켜만 봤다는 사실이다. 우리 군과 국가안보가 왜 이 지경까지 됐나”라며 “이 사태 근본적 책임은 청와대와 문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보고 받은 후 취한 행동이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상 책무를 지켰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21일 사건 당일 군과 청와대가 인지했음에도 24일 공개한 것이 종전선언을 포함한 유엔연설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청와대가 10시간 뒤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유, 보고 받고 구출지시 하지 않은 이유, 사망하는 동안 군이 지켜본 이유 등 진상이 소상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 행위의 책임을 물어 국제 형사재판소에 제소하고, 유엔 안보리에도 회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에도 엄중히 경고한다. 또 도발을 감행하면 그 즉시 체제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번 사태의 책임자를 즉각 처분할 것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과 조찬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1일부터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구출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두 아이를 둔 가장이 살해당하고 불태워지는 것을 군은 6시간 동안 지켜보기만 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피살 사태는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성격” “경계병이 우발탄을 발포한 게 아니라 상부 지시에 따라 이뤄진 계획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씨 사건의 경우 정부가 당시 손 쓸 방법이 없었으나 이번엔 살릴 충분한 시간적 이유가 있었고,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난 24일에야 뒤늦게 사건을 공개하고 입장을 발표하며 뭔가 국민께 숨기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