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만원 벌던 가정부, 싱가포르 대기업 회장님 이겼다

입력 2020-09-25 10:32
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도둑으로 몰린 인도네시아 여성이 4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4일 영국 BBC에 따르면 파르티 리야니(46)는 지난 2007년부터 백만장자인 리우문롱 창이공항 그룹 회장의 집에서 월급 600싱가포르달러(약 51만원)를 받으며 가정부로 일했다.

리야니는 2016년 3월 리우의 아들 칼이 분가를 하게 되면서 칼의 집으로 일터를 옮겼다. 하지만 몇 달 뒤 물건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으며 돌연 해고됐다.

리야니는 칼이 자신을 해고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했다. 그는 “칼이 왜 나를 해고했는지 안다”며 “화장실 청소를 요청했는데 내가 거절해서 화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문서에는 리야니가 칼로부터 노동 규정을 어기는 청소 요청을 여러번 받아 불평했다고 기술됐다.

해고 통보를 받은 리야니는 2시간여 동안 자신의 소지품을 포장해 가족들이 있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이후 리우 회장 부자(父子)는 “그녀가 싸 놓은 짐에서 잃어버린 물건들을 발견했다”며 그해 10월 경찰에 신고했다. 인도네시아에 새 일자리를 찾으러 5주 뒤 싱가포르에 입국한 리야니는 즉시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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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니는 리우 회장 집에서 3만4000 싱가포르달러(약 2900만원)에 달하는 물건 115개를 훔친 혐의를 받았다. 옷과 고급핸드백, DVD 플레이어와 고급시계도 포함됐다.

리야니는 재판 과정에서 “버려진 것을 주웠다. 내가 싸지 않은 물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방법원은 2019년 징역 2년 2개월을 선고했다. 파르티는 항소했고 결국 이달 초 대법원격이 항소법원은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법원 찬셍온 판사는 “리야니가 훔쳤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고장난 것이었다”며 “부서진 제품을 훔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DVD 플레이어의 경우 검찰이 리야니의 주장대로 고장 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재판 때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찬 판사는 “교묘하게 속이는 방법을 사용했고 이는 피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수사 보고서 작성 뒤 5주가 될 때까지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어와 다른 말레이어 통역원을 제공한 것도 문제라고 판사는 언급했다.

리야니 무죄 판결의 후폭풍은 거셌다. 리우 회장은 창이공항 그룹은 물론 다른 주요 단체나 기업의 직위에서도 모두 물러났다. K. 샨무감 내무 및 법무장관도 “무언가 잘못됐다”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을 점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