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여름 향기를 머금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MBC)의 출연진이 13년 만에 다시 마주했다.
24일 방송된 다큐플렉스 ‘청춘다큐-다시 스물’(MBC)에서는 2007년 여름, 싱그러운 청춘 로맨스로 큰 사랑을 받았던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역 공유 윤은혜 채정안 이선균 김동욱 김재욱이 작품의 추억을 회상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촬영 장소였던 카페를 찾은 공유의 모습으로 다큐멘터리는 문을 열었다. 공유는 “기분이 좀 이상하다”며 “첫사랑을 만난 느낌이다. 추억으로 남기려고 했던 무언가를 다시 대면하는 느낌”이라고 운을 뗐다.
당초 다큐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 감정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혹여나 왜곡 되거나 변질될까 싶었다. 그런데 유튜브에 ‘커프’ 영상이 너무 많아서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다른 작품 연기는 창피한데, ‘커프’의 최한결은 별로 안 창피하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연기를 너무 잘했나”라며 웃었다.
공유가 추억에 잠겼을 때, 윤은혜가 깜짝 등장했다.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윤은혜가 공유에게 “오빠는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공유는 “‘안 해’ 이런 건 아닌데 시기를 놓쳤다”고 답했다. “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조금 더 달리고 싶다”는 윤은혜의 고백에 공유는 “은찬이처럼? 은찬이는 나(한결) 버리고 유학 갔잖아”라며 농담을 건넸다.
서브 커플이었던 이선균와 채정안(한성-유주), 그리고 카페의 미남 종업원이었던 김동욱과 김재욱도 각각의 공간에서 만나 ‘커프’ 명장면을 보며 추억에 젖었다.
채정안은 “윤은혜는 지금도 아기 같은데, 공유는 저 때가 진짜 아기 티가 난다”며 놀라워했다. 또 윤은혜와 공유의 키스신을 보던 채정안이 이선균에게 “오빠는 저런 키스 언제 해 봤냐”고 묻자, 이선균은 “‘커피프린스’ 때?”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은혜는 촬영 당시에 대해 “막 자른 커트로 갔다. 헤어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공유는 극 중 한결이 은찬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포옹신을 보며 “당시 따뜻했다. 안을 때 진짜 꽉 안았다. 한결이 정체성에 있어서 힘들었을 때다. 온몸으로 은찬이를 느낀 것”이라면서 “사랑의 본질은 다 똑같다는 걸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공유는 또 은찬이 여자임을 알게 된 장면에 대해 “당시에도 감독님에게 ‘한결이 너무 화를 내는데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된다. 내 정체성을 무시하면서까지 오히려 사랑만 봤다. 어떻게 보면 은찬이 이기적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윤은혜는 극 중 자신의 처지에 울음이 터진 모습을 보며 “은찬이도 ‘나도 여자이고 싶은데, 예쁘고 싶은데’ 생각했을 거다. 그 감정이 쌓여서 진짜로 나왔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김재욱은 “머릿속에 떠올렸던 것 이상으로 파릇파릇 싱글싱글하다”고 소감을 전했고, 채정안은 “제가 봐도 설렐 정도의 너무 예뻤다. 그때는 그걸 몰랐던 것도 청춘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공유는 “최한결과 고은찬이랑 둘이 결혼하고 난 후 옛날의 우리 모습을 앨범 뒤지듯이 찍어 놓은 걸 보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공유에게 ‘커피프린스 1호점’은 배우로서의 ‘사춘기’ 때 찾아온 작품이라고 했다. 공유는 “당시 로맨스물에 거부감이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에서 처음 겪는 사춘기였다. 내 성취감을 채워가면서 성장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는 ‘넌 이걸 해야 스타가 될 수 있어’ ‘광고 찍을 수 있어’라는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군 입대 전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커프’를 선택했다고 한다.
윤은혜는 “걸음마를 막 시작했는데 달려야 되는 순간이었다”면서 “‘궁’에서의 연기를 보면서 나 스스로 너무 좌절했었다.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시작했다. 그런데 ‘커피프린스’에서는 은찬이 자체로 사랑을 주셔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공유는 “내가 최한결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고은찬’ 윤은혜였다. 윤은혜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 저를 부끄럽게 했고, 성장하게 했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하는 긴장감과 자극을 받았다.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됐다”고 고백했다. 윤은혜는 “‘커프’ 이후로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말을 많이 안 듣게 됐다. 그건 내가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배우들은 “현장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윤은혜는 “‘커프’ 찍을 때는 정말 거의 80% 놀았다”고 했고, 공유는 “기존의 어떤 현장보다도 굉장히 자유로웠다”고 돌이켰다. 채정안도 “설레는 놀이터 가는 느낌이었다”고, 이선균은 “좀 일찍 오고 싶고 늦게 가고 싶은 현장이었다”고 했다.
공유는 “‘커프’는 죽어가던 내 열정을 다시 끌어올려준 작품이다. 드라마를 통해서 치유된 게 아닌가. ‘커피프린스’를 했던 모두가 같이 밝아지고, 같이 뜨거워졌었다. 그래서 더 잊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