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함께 키운 아이가 정신질환↓… 佛 ‘아빠 출산휴가’ 28일로

입력 2020-09-25 00:07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방문한 파리 남부 교외 롱쥬뮤의 아동보호센터에서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남성 출산휴가가 기존의 두 배인 28일까지 늘어난다. 부부가 함께 육아를 하는 것이 평등하며, 부부가 함께 키운 아이가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내년 7월부터 현행 14일에서 28일로 늘리고 그 중 7일은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의 80%가 ‘배우자 출산휴가가 너무 짧다’고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면서 “세상에 나온 아이를 엄마만 돌봐야 할 이유는 없다. 더 큰 평등을 위해 부부 모두가 아이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자 출산휴가가 늘어난 데는 아이가 생후 1000일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보건부는 홈페이지에 “생후 1000일 동안 아이의 키는 한 달 평균 2㎝씩 자라고, 뇌의 크기는 5배로 커지는 등 인간의 한 생애를 놓고 봤을 때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 신경정신과 의사 보리스 시륄니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전문가위원회를 설치하고 “어떻게 하면 생후 1000일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지 연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전문가위원회는 지난 8일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9주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4주로 정해진 건 프랑스 정부와 전문가들의 타협안인 셈이다.

출산휴가는 아이의 친부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다. 또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법적으로 인정하는 동거를 하고 있다면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고용주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보내주지 않을 경우 7500유로(약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시륄니크 위원장은 BFM방송 인터뷰에서 “북유럽 국가 사례를 살펴보면 부부가 함께 아이를 돌봤을 때 아이의 문맹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정신질환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존 프랑스 정부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출산 후 3일, 11일은 출산 전후에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핀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남성의 출산휴가 사용율은 67%로 집계되고 있다.

스웨덴은 60일간의 ‘아빠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이 기간 급여의 80%를 지급한다. 스페인은 12주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동안 급여의 100%를 지급받으며, 내년부터는 16주로 기간이 늘어난다. 핀란드에선 54일의 아빠 출산휴가가 주어지며 급여의 70%를 받는다.

엘리제궁은 “이 개혁은 프랑스의 복지 수준을 ‘유럽 중간’에서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이 포함된 ‘선도 그룹’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게 되면 처음 3일간의 급여는 회사에서,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도록 해왔다.

패트릭 마틴 프랑스산업연맹(MEDEF) 회장은 “이 제도는 사회를 위해 좋은 것이지만 프랑스 기업들은 연간 3억 유로(약 4105억원)의 추가 지출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선된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가 적용되는 첫 해인 내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출은 2억5000만~2억6000만 유로(약 3557억원), 그 이듬해부터는 5억 유로(약 684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