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중국 스파이 경계령을 내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주 의회의사당 연설에서 미 정치인과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우호협회와 중국평화통일추진협의회가 미국의 정치인과 기업, 학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중국 공산당의 핵심 기구인 통일전선부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통전부는 공산당이 아닌 정파나 인사들을 유인·포섭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외교관이 접근했을 때 그것이 협력이나 우정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정부의 선전 및 스파이 활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신을 약한 고리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방 정부가 이런 행위를 모두 단속할 수 없다”면서 지방 정치권에서도 경계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경고는 미 국무부가 최근 자국 주재 중국 외교관들에게 미 정부 관리들을 만나거나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기 전 허가를 받도록 지시한 뒤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서 자국 외교관들이 직면하고 있는 각종 제약에 맞대응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
미 정부가 중국 스파이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지난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한 것도 중국 당국이 화웨이 장비를 스파이 행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7월 한 연설에서 “중국과 연계된 미국 내 산업 스파이 행위가 10년새 1300% 증가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미 법무부는 최근 티베트 출신 뉴욕 경찰관 바이마다지 앙왕을 중국의 공작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했다. 미 당국은 앙왕이 최소한 2014년부터 중국 총영사관의 지시를 받고 뉴욕 거주 중국인과 티베트인의 동향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100차례 이상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앙왕은 티베트족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인권탄압을 받았다며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그가 망명 신청을 한 이후에도 빈번하게 중국을 드나들었고, 거짓 진술로 미국 시민권을 얻은 뒤 첩보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냉전 시대의 음모라고 반박해왔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특히 최근 UN 총회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12번 언급하며 비난한 데 반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고 국제 협력 강조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의도적으로 세계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