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 서두르는 트럼프 속내는 대선 패배 대비?… “불복 전략 착수” 보도도

입력 2020-09-24 17:42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의 후임 임명을 서두르는 이유로 ‘11월 대선’을 거론했다. 대선 후 예상되는 혼란을 연방대법원이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편투표를 빌미로 대선 불복을 시사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대법원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 평화적으로 권력 이양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투표를 둘러싼 소송 가능성 때문에 대선 전에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이건 결국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민주당은 사기를 저지르고 있으며 그 사기는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4대 4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나는 연방대법관이 9명인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긴즈버그 대법관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대선 전에 긴즈버그의 후임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대법원이 대선 결과를 둘러싼 혼란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 긴즈버그의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보수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봐야 한다. 나는 항상 우편투표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해왔고 민주당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편투표를 중지하면 아주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이양’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연속’이 더 알맞은 단어”라고 강조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사실상 대선 패배 시 평화적 권력 이양을 거부한 것”이라며 “그는 재선에 실패할 경우 패배 원인을 더 많은 미국인들의 표심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조작된 우편투표 때문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지는 게 싫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 8월에는 ‘대선 연기론’에 이어 ‘재선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캠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선거 후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고 분석했다. 헌법이나 개표 관련 법에서 모호하거나 논리적 쟁점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내 차기 대통령 취임일까지 분쟁을 이어가려 한다는 설명이다.

애틀랜틱은 이같은 결과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선거 결과 불복보다 훨씬 더 나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에게 불리한 결과를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과 민주적 절차가 악용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정치사학 교수는 “우리는 이런 일에 전혀 준비돼있지 않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과 절차가 선거의 법적 결과를 마비시키는 데 쓰일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