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남한의 어업지도원 이모(47)씨는 평소 주변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평판도 좋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 전 주변 사람들에게도 유서 등 월북 징후를 전혀 남기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은 24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이씨는)직원들과 무리없이 지냈고, 근무도 잘해 주변 평판이 괜찮은 걸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현 소속인 해수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로 쭉 근무해왔다.
이씨는 실종 당일인 지난 21일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당직근무를 했다. 이후 점심시간인 오전 11시까지 개인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료들이 이씨가 사라졌다고 인지한 시간은 당일 오전 11시 30분이고 해경에 신고한 시간은 당일 12시 50분이다. 엄 실장은 “직원들이 이씨가 점심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아서 배를 찾아보면서 실종 가능성을 인지했고 이후 슬리퍼를 발견해 실종이라 보고 해경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평소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있는지에 해수부는 즉각 ‘부인’했다. 이씨가 사전에 주변 동료들에게 월북의사를 전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엄 실장은 “동료 증언에 따르면 전혀 (월북 관련) 얘기를 나눈적이 없는걸로 알고 있다”며 “그런(월북 의사 표현) 얘기하는 사람이 전혀 없고, 증언도 없다”고 답했다.
해수부는 ‘월북’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별다른 정황이 없지만 그렇다고 단순 실족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이다. 엄 실장은 “단순 실족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은 걸로 봐선 단순 실족했다고 추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진 월북을 했다는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게 해수부의 설명했다. 현재 선박에는 A씨가 배를 탈 때 소지했던 가방, 생필품, 옷 등은 그대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는 실종 신고 이후 해군·해경 등과 함께 수색작업을 펼쳤고, 피살 소식에 대해서는 국방부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또 현재까지 이씨의 가족관계 및 불화 가능성, 개인 부채 등 신상과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엄 실장은 “이씨의 개인사라 별도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만 이씨의 가족들이 연평도 현지로 가 수 있도록 지원 활동을 해수부가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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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