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성추행범 봐준 아빠, 법원은 ‘합의’ 인정 안 했다

입력 2020-09-24 17:22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옆집에 사는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남성이 피해자 측 합의와 탄원에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살게 됐다.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인 아버지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피해자 본인인 아이의 진심을 담지 못했다”며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새벽 시간에 옆집 이웃이었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피해자 집에 몰래 들어가 혼자 있는 초등학생 B양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B양의 아버지가 신문 배달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자신의 집으로 B양을 끌고 가 다시 추행하기도 했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B양 측이 A씨와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표한 점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양 면담 결과 처벌불원 탄원을 감형인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B양이 A씨를 용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사건의 조기 종결을 바라는 주변 시선에 압박을 받은 탓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B양은 A씨의 처벌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이 사건 탓에 이성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양과 지속해서 대화한 변호사 역시 A씨와 B양 아버지 간 합의 과정에는 B양의 이익이 우선시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A씨는 2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B양 아버지를 통해 B양에게 무리한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으로 B양의 처벌불원 의사가 진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