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디지털교도소 접속 차단 ‘뒷북’ 결정

입력 2020-09-24 17:06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범죄 등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 ‘디지털교도소’의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 14일 방심위는 디지털교도소의 개별 게시물 17건에 대해서만 접속 차단 조치를 했지만 운영자가 자율조치 요청에 따르지 않았고, 전체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민원이 빗발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4일 회의를 열고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이트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서 심의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게재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법적으로 허용된 공개 범위를 벗어나 사적 제재를 위한 도구로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공익보다 사회적, 개인적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규제의 우려가 있고, 강력 범죄자 형량에 대한 사회적 압박 수단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운영진의 취지까지 고려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은 유보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박상수 소위원장은 “‘사법부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범죄자들이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해 범죄의 재발을 막고 경종을 울리겠다’는 운영 취지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이를 해소할 방안을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대해 다룰 때 피해자의 법 감정을 고려한 사법기관의 더욱 엄정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운영자가 사이트가 차단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옮겨가며 재유통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파악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등 재유통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전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와 공조해 22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베트남 호치민에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인 3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