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신입 채용에서 1차 서류 전형부터 지나치게 많은 과제를 요구해 취업준비생들로부터 ‘채용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은 국민은행의 채용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시기, 취업에 힘겨워하는 취준생을 두 번 죽이는 KB국민은행의 채용 갑질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청원 글이 등장했다.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글에서 “평소 입사를 강렬히 희망하던 국민은행의 채용공고가 나자 지원을 위해 채용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우선 국민은행이 독일어 성적을 요구한 것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독일과 관련해서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국민은행이 독일어 우대자를 뽑는 이유가 무엇일까란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준생들 사이에서 어쩌면 독일어 능력을 갖춘 유력집안의 자제를 뽑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청원인은 사전 보고서의 제출과 디지털 교육 이수에 대해서도 부당함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국민은행은 디지털 역량을 갖춘 행원 선발이라는 미명 하에 3~5장의 사전 보고서 제출과 디지털 교육 이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갑작스러운 채용 전형의 변경은 사전 고지 없이 자기소개서와 필기시험을 기반으로 준비해 온 취업준비생들에게 준비하기가 버거워 더욱 갑질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글은 게시된 지 얼마 안 된 오후 3시 기준 15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국민은행 측은 이와 관련 “어학 성적은 참고용 점수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일반 공기업의 채용공고 수준으로 여러 어학 성적을 제시하는 중에 독일어가 있었던 것”이라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그마저도 모두 없앴다. 유력자제 특혜 채용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2일 국민은행 홈페이지에 올라온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놓고 취준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차 서류전형부터 과제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국민은행 측은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외에도 디지털 사전과제, 온라인 디지털 교육 과정(TOPCIT), A.I 역량 검사 등을 요구했다.
뭇매를 맞은 국민은행은 하루 만에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절차를 전면 수정해 재공고했다.
애초 서류 전형 때 내도록 한 사전과제 보고서는 필기전형 합격자들에 한해 제출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24시간짜리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도 필수 이수에서 선택 이수로 변경됐다.
김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