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에 불태우기까지…북, 반인륜행위는 코로나19 방역 명분?

입력 2020-09-24 16:59

북한은 지난 22일 연평도 해역에서 표류 중이던 남한의 어업지도원 이모(47)씨를 발견 6시간 만에 사살하고 시신에 기름까지 부어 잔인하게 불태웠다. 통상 월북자의 신원과 배경을 조사한 뒤 송환 여부를 결정하던 이전과 달리 현장에서 즉각 반인륜적인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대처는 최근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24일 “북한군 단속정이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우리 당국은 북측이 22일 오후 3시30분 이씨를 최초 발견한 뒤 6시간이 지난 오후 9시40분쯤 사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측은 사격에 앞서 이씨로부터 월북 경위 및 관련 진술을 들었는데 이때도 방독면을 착용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 국경지대 코로나 방역 조치는 무단 접근 인원에게 무조건 사격을 가하는 반인륜적인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북측은 해당 사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상 북한은 남한 주민의 월북 사실을 확인할 경우 신원과 배경 등을 조사한 뒤 송환 여부를 결정했다. 기존 방식을 따르지 않은 배경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과잉 대응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씨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었음에도 북측이 인도적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은 그를 인간이기 이전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분석과 달리 북한은 대외적으로 ‘확진자 0명’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은 내부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방역 대부분을 외부로부터의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0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토론회에서 북한이 국경지대에 특수부대까지 동원해 코로나19 유입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북한이 중국과 국경에 1~2㎞의 완충지대를 추가로 설정해 특수부대를 배치했고, 이들에게 (월경자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지난 7월 월북한 개성 출신 탈북민 사건이 이 같은 과잉 대응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측은 당시 해당 탈북민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된다며 대대적으로 대응했다. 사건 발생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관련 부대에 대한 집중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 적용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전방 군부대 간부들은 처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후 접경지역을 지키는 군부대들의 경계 태세와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한 대응 기조가 한층 강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해상에서 밀려 들어오거나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 등을 발견할 경우 소각 처리하는 규율과 질서를 엄격히 세우라”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선제 대응을 강조해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