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속한 단체 ‘더좋은미래’에 정치자금을 ‘셀프후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 전 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변성환)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에 대해 징역 5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기부행위가 공직선거법이 정한 ‘종전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단체에 대한 기부 필요성 유무 등과는 무관하게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부행위 제한 규정에 해당한다”며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소속 정당 의원들로 구성된 단체에 5000만원을 출연한 것은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건 경위를 살펴볼 때 피고인이 부주의하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여지가 있고 기부금의 사적 유용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 범행 동기와 결과를 참작하면 원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김 전 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원장은 “벌금형이더라도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선거와 무관한 연구기금의 출연까지 법으로 처벌하는 게 옳은지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이어 “지금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정치자금을 제가 소속된 ‘더좋은미래’에 연구기금으로 출연했을 것”이라며 “한점의 부끄러움도,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자신이 받은 정치후원금 중 5000만원을 자신이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이 단체의 연구소장으로 선임된 김 전 원장은 1년 넘게 급여를 받아 셀프후원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원장은 2018년 3월 금감원장에 임명됐으나 셀프후원 논란으로 보름 만에 자진 사퇴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