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김도훈-‘여유’ 모라이스, 우승은 파이널A 5경기 안에 갈린다

입력 2020-09-24 16:23 수정 2020-09-24 16:29
K리그1 파이널A 미디어데이에 화상으로 참석한 김도훈 울산 감독(왼쪽)과 이청용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해 12월 1일 울산종합운동장. 후반 종료 직전 포항 스틸러스의 페널티킥 골이 터져 울산 현대의 1대 4 패배가 결정되자 울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풀썩 주저앉았다. 반면 같은 시간 강원 FC를 1대 0으로 잡은 전북 현대 선수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전북(72득점)은 울산(71득점)을 다득점 1점 차로 누르고 2019 K리그1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승점 50)은 줄곧 1위를 달렸지만 전북과의 맞대결에선 2패를 당했다. 최근 3경기에서도 울산은 1승1무1패를 거둬 2승1무의 전북(승점 48)에 승점 2점 차로 쫓기고 있다. 오는 27일 대구 FC-울산, 상주 상무-전북의 경기로 시작되는 파이널A 5경기에서 뒤집힐 수도 있는 격차다. 양 팀 감독은 24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파이널A 미디어데이에 화상 연결로 참석해 파이널A를 앞둔 각오를 밝혔다.

작년 준우승이 누구보다도 가슴 아팠을 김도훈 울산 감독은 이날 화상 연결에서 “(파이널라운드에선) 전북을 이겨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계속 1위가 될 수 있게끔 매 경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진지하게 밝혔다. 반면 지난 시즌 역전 우승을 이끈 주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현재 2위임에도 다소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선수들에게 축제라고 생각하고 남은 5경기 모두 즐기면서 마무리하자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도훈 감독님, 행운을 빌겠습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익살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이 말을 들은 김도훈 감독은 무덤덤하게 “잘 받겠습니다 행운”이라고 맞받아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이날 전북에선 지난 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될 정도로 활약했음에도 울산에서 우승을 놓친 뒤 전북으로 이적한 김보경이 참석해 은사 김도훈 감독과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보경은 “(김) 감독님께서 우승하려고 많이 준비하신 것 같지만 저도 전북에서 우승하고 싶기 때문에 파이널라운드에서 좋은 경기할 생각”이라며 “전북은 우승 경험이 많은 팀이라 올해 분명 좋은 성적을 낼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생활을 마치고 올 시즌 울산에 돌아온 이청용은 “최근 10년 간 K리그 팀들 중 가장 많이 발전한 게 전북”이라며 “올해도 2번 졌는데 잘 준비해서 파이널라운드 땐 팬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도록 좋은 경기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청용은 이날 각 팀 감독·선수들에 의해 ‘까다로운 선수’로 가장 많이 지목 받기도 했다.

파이널A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모라이스 전북 감독(왼쪽)과 김보경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우승은 사실상 울산과 전북의 2파전으로 좁혀졌지만, 3위 포항(승점 38·41득점) 4위 상주 상무(승점 38·29득점) 5위 대구 FC(승점 31) 6위 광주 FC(승점 25)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위해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해는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팀이 울산과 전북 중에 결정되는 데다 군 팀 상주가 ACL에 출전할 수 없어 5위까지는 ACL 출전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울산에 고춧가루를 뿌렸던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울산과 전북) 어느 팀을 이긴다기보다 매 경기 최선을 다 하겠다”며 “(현재 2위인) 최다 득점에선 꼭 1위를 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행복축구’를, 이병근 감독은 ‘재미있는 축구’를 강조했다. K리그1 데뷔 시즌에 시민구단 광주의 파이널A행을 이끌며 목표를 달성한 박진섭 감독은 “6위도 감사하지만 목표는 더 높으면 좋다”며 ACL 티켓을 최종 목표로 밝혔다.

파이널A팀만 미디어데이를 가졌지만, ‘잔류 전쟁’을 벌여야 하는 파이널B의 향후 5경기 판세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FC 서울과 수원 삼성 등 전통의 인기 구단들까지 속해 ‘역대급 경쟁’이 예상돼서다.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18)가 현재 최하위지만, 다른 팀들도 안심할 수 없다. 9위 성남 FC(승점 22) 10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21·21득점) 11위 수원(승점 21·20득점)까지 인천과 승점 4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7위 서울(승점 25)과 8위 강원(승점 24)도 성남과 단 한 경기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인천이 이 달 들어 2승1무1패의 호성적을 올리며 시즌 막바지에 다시 ‘잔류왕’의 기세를 되찾고 있어 파이널B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이 예상된다. 올 시즌엔 연고 문제로 인해 상주가 강등을 확정하면서 단 한 팀만 2부로 강등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