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생후 2개월 된 영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와 동거남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24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정모(26)씨와 동거 남성 김모(25)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정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김씨도 (영아를) 옷장에 넣어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는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김씨는 정씨가 옷장에 넣으라 했고, 꺼내야 하지 않냐고 했을 때도 그냥 두라고 해 따랐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정씨는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씨만 “사실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정씨와 김씨는 지난 7월 생후 2개월 된 영아를 돌보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애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로 혐의가 바뀌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영아의 사망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죄명을 살인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영아의 시신은 7월 20일 이들이 거주하던 관악구 빌라의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집주인이 세입자인 이들과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자 집을 찾았다가 장롱 안에서 영아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관악경찰서는 이틀 뒤 정씨와 김씨를 부산에서 체포했다.
발견 당시 영아의 시신은 장롱 안 종이상자에 들어있었고, 부패가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상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만 양형요소와 일부 상충되는 의견에 대한 심리를 이어가기 위해 다음 달 22일 기일을 속행하기로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