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피자 받은 교육생들 ‘과태료 폭탄’ 맞을까

입력 2020-09-24 14:53 수정 2020-09-24 15:35
지난 1월2일 제주더큰내일센터를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도 일자리과 예산으로 구입한 60만원 상당의 피자 25판을 내일센터 교육생과 직원 등 100여명에게 직접 제공했다.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지사가 도내 취업기관 교육생에 피자를 제공하고 도내 업체가 만든 죽 세트를 개인 방송에서 홍보·판매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검찰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당시 피자를 선물받은 교육생과 죽 상품 판매업체 운영자에 과태료가 부과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는 과태료 부과가 상호간에 연대책임을 물음으로써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가 크다면서도 이번 사안의 경우 받는 사람 입장에서 기부행위의 인식이 적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일단 무게를 싣고 있다.

제주도선관위는 지난 2월 원 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월 원 지사가 제주더큰내일센터를 찾아 프로그램 교육생과 직원 100여명에게 피자 25판을 직접 전달한 것이 공직선거법 제112조 ‘기부행위 위반’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원 지사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제주도 업체가 생산한 죽세트를 홍보해 직접 주문을 받아 업체에 전달해 판매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당시 피자는 원 지사 명의로 나갔으나 비용 60만원은 제주도 일자리과 업무추진비로 집행했다. 죽 세트는 정가 5만원 상당 제품을 4만원으로 1만원 할인해 총 10개를 판매했다.

이 사안에 대해 제주지검은 지난 22일 원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구민을 상대로 기부를 할 수 없다는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기소에 따라 원 지사는 재판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선거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기부를 받은 대상이다. 공직선거법은 유권자가 정치인으로부터 금품이나 음식물 등을 제공받을 경우 최대 3000만원 범위에서 제공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적용하면 제주더큰내일센터 교육생과 직원 100여명에게는 인당 최소 6만원에서 최대 30만원씩의 과태료가 책정된다. 죽 판매업체의 경우 4만원씩 10개를 판매해 얻은 총 40만원 중 순수익을 기준으로 배액을 계산해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제주도선관위는 이들의 인적사항을 모두 확보했으나 지난 2월 원 지사 고발 이후 현재까지 과태료 부과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 하고 있다.

교육생과 죽 세트 판매업체가 사전에 기부행위라는 인식을 못 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죽 업체의 경우 원 지사에 홍보를 대가로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도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업체의 상품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과태료 부과가 어려울 것으로 우선 판단하고 있다.

도선관위 관계자는 “받는 사람이 위법성을 인지했는 지가 쟁점”이라며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부 받은 유권자에 대한 과태료는 해당 정치인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 고발 시점부터 부과가 가능하다.

기소된 원희룡 제주지사의 첫 재판은 내달 14일 오후 3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