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대만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해서 대만해협에 군용기를 보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의 도발이 계속되면 ‘제4의 대만해협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4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공군사령부는 전날 중국군 Y-8 대잠초계기 2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공군사령부는 대만 군용기가 긴급 발진해 중국 군용기를 감시하고 지상의 방공미사일이 이를 추적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크라크 차관이 ‘대만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덩후이 전 총통의 고별 예배 참석차 대만에 도착한 지난 17일부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날부터 23일까지 7일간 총 6일에 걸쳐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크라크 차관이 대만에 머물고 있던 18~19일에는 J–16 전투기, H-6 폭격기 등 총 37개의 중국 군용기가 ADIZ에 진입했고 이중 다수는 중국 본토와 대만의 실질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크 차관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대만을 방문한 국무부 최고위 인사다. 대만 언론들은 크라크 차관의 방문을 양국간 경제 협력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그는 방문 일정을 마치고 20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은 미 고위 관리의 대만 방문을 경고하기 위해 강력한 군사적 수단을 사용해왔다”며 “긴장이 더 고조되면 제4의 대만해협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이 한창인 상황에서 중국을 더 자극하고 싶지도 감히 도발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은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충돌 위기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지난 22일 중산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대만을 도울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들 사이에 대만을 돕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고 미국과 대만이 거리상으로도 너무 멀다는 것이다. 마 전 총통은 재임 기간 중국 본토와의 안정적 관계를 중요시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독립 성향의 차잉잉원 총통이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해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1995~1996년 대만해협에서 충돌했었다. 미 행정부가 리 전 총통의 미국 방문을 허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에서 DF-15 미사일 발사 실험을 벌였고, 군 12만명을 대만해협 건너편 푸젠성에 배치했다. 대만을 목표로 한 상륙작전 훈련도 진행했다.
당시 대만에는 준전시태세가 발령됐다. 미국은 대만해협에 니미츠 항공모함을 투입하고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재배치하면서 대만을 돕겠다는 제스처를 분명히 했다. 3차 대만해협 위기로 불리는 이 사건은 대만 선거에서 리 전 총통이 압승하면서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보다 앞서 1950년대에는 두 번의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