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해역에서 어업지도를 하다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한 ‘박왕자 사건’에 이어 벌어진 민간인 총격사건으로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우려된다. 북측의 총격 사건 배경을 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은 24일 다양한 첩보 분석을 토대로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측의 발표와 달리 현재까지 북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남북 간 통신선이 두절돼있어 우리 당국이 북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번 총격사건의 경위와 관련, 북측이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대응하는 차원이었으며 상부 지시에 따라 총격과 시신 처리 등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자는 “사격하고 불태운 건 상부 지시에 의해 시행된 것”이라며 “의도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상부의 지시가 구체적으로 어느 선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월북한 개성 출신 탈북민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된다면서 당시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전방 군부대 간부들을 처벌한 바 있다. 월북한 탈북민 사건 발생 직후 북측 언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건 발생 즉시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관련 부대에 대한 집중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 적용을 논의했던 만큼 이후 접경지역을 지키는 군부대들의 경계 태세가 한층 강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신원과 배경 등을 조사한 뒤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의 절차가 이번에 이뤄지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측이 우리 공무원의 시신을 곧바로 화장 조치 한 것 역시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에 비상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