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속에서도 어린이들의 감염은 상대적으로 적고 걸리더라도 증상을 약하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연구결과 아동과 청소년의 코로나19 치명률은 성인보다 9배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엄마 뱃속에서 갖고 태어난 선천면역체계가 후천적으로 키워진 면역체계보다 코로나19에 훨씬 효과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예일대와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연구진은 최근 ‘사이언스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24세 미만의 코로나19 아동·청소년 환자 65명과 성인 환자 60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대상이 된 환자들은 지난 5월 13~17일(현지시간) 몬테피오레 아동병원 등에 입원한 환자들이었다.
연구결과 성인 환자의 경우 28%(17명)가 사망했지만, 아동·청소년 환자 중 사망자는 3%(2명)에 그쳤다. 아동·청소년 환자의 치명률이 성인 환자의 9분의 1 수준인 것이다.
증상 역시 경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 환자의 37%(22명)가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동·청소년 환자는 이 비율이 8%(5명)에 그쳤다.
논문 공동저자인 베스티 해럴드 몬테피오레 아동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대항하는 어린이의 선천면역체계가 어른보다 강해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크게 선천(자연)면역과 후천(획득)면역으로 나뉜다.
이 중 선천면역은 신체에 침입한 모든 종류의 병원균에 빠르게 반응하는 반면 B세포나 T세포가 주도하는 후천면역은 특정 병원체에 대항하는 역할을 하는데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선천면역체계가 더 효과적 활동을 벌인 셈이다.
실제 환자가 어리면 선천면역과 관계된 특정 사이토킨(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감염 초기 면역체계 작동을 돕는 ‘인터류킨 17A’와 신체 내에서 복제된 바이러스와 싸우는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감마’는 나이가 어릴수록 혈중농도가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 성인 환자와 아동·청소년 환자 모두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항하는 중화항체가 만들어지긴 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종의 ‘갈고리’ 같은 것이다.
연구를 이끈 케반 해럴드 예일대 면역학 교수는 “성인 환자의 코로나19 증상이 심한 이유가 후천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과도하게 작동해서 성인호흡부전증(ARDS)과 연관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