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개시될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CJ대한통운 임원을 증인에서 제외시키는 데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부여당이 모두 택배 노동자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를 따져 볼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서는 사측을 배제시키면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했다. 민주당 소속 임종성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 등은 다음 달 8일 열리는 노동부 국정감사에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다.
노동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7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4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다. CJ대한통운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증인 채택 협상에 임했던 여당 간사 안호영 의원은 박 부회장의 증인 채택 무산에 대해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증인 채택은 여야 간사간 협상의 결과다. 협상 내용을 일일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증인 신청을 요구했던 같은 당 의원들에게도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 채택을 반대한 야당 간사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배경으로 증인에서 빠지게 됐냐’는 질문에 “무슨 배경이 있겠나. 간사 협의로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에서 참고인으로 나오니 일단 얘기를 들어보고, 필요하면 종합감사 일정에 추가로 증인을 채택할 수도 있다. 상황을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 증인 신청을 요청했던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야당 반대로 증인에서 빠졌다고 들었다. 노동부 국감에서 증인 채택에 제외됐는데 종합국감에서 추가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과로사 문제와 관련해 원청인 택배회사가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지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종합 감사에 증인 채택이 되도록 다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택배 과로사 문제에 대한 공감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은 참고인으로 채택됐는데, 사측의 입장을 설명할 증인만 빠지게 됐다. 김 위원장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에 대한 사측의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국회에서 묻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4일 CJ대한통운을 방문해 택배종사자 보호조치 현장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코로나19와 추석 성수기를 맞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방지 대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임시 인력을 늘려나가는 등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택배 업체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도 아닌데, 여당에서 야당의 요구를 왜 받아준 건지 그 배경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증인 신청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지만, 환노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 10명과 참고인 11명을 부르기로 의결했다. 아직 종합국감에 대한 증인 신청은 논의되지 않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